이영표 "협회 믿자는 말 안 할 것…축구인들, 행정서 사라져야"

이영표 해설위원, 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 비판
기강 잡기·시간 부족·체류 문제 등에도 동의하지 않아
"저를 포함한 축구인 한계 본 것 같다"
K리그 감독 빼 오기에도 "K리그는 대표팀의 근간"
한국 축구 퇴보 지적에 동의하기도 해
  • 등록 2024-07-10 오후 12:25:21

    수정 2024-07-10 오후 12:42:58

사진=KBS 스포츠 캡처
사진=KBS 스포츠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 중 한 명이던 박주호가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결정을 비판한 가운데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 역시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위원은 9일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결정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만큼은 협회가 좋은 외국인 지도자를 모셔 올 거란 기대가 있었기에 ‘조금만 믿고 기다리자’라고 했다”라며 “결론적으로 다시 협회를 믿자는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 같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팀 내 기강을 잡기 위해 국내파 감독을 선임했다는 의견에는 “외국에 많은 감독이 팀을 잘 통제하는데 유독 한국 선수만 한국 감독이 통제해야 한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우린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는 외국인 지도자가 있었고 거의 완벽하리만큼 팀을 통제했다”라고 반론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제가 지속해서 말했던 건 빠르면 좋으나 더 중요한 건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라며 “(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정확도가 아니라 속도를 택한 건 공감을 얻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에는 “팀이 얼마나 발전하고 성장하느냐가 목적이 돼야지 얼마나 한국에 머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라면서 “물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불성실한 태도로 문제가 된 건 사실이나 그것에만 몰두하면 좋은 지도자를 놓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당한 시간 안에 충분히 머물면 되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결국 K리그 현직 감독 빼 오기를 단행한 결정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대표팀을 향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대표팀 구성원의 대부분은 K리그에서 만들어지고 성장한 선수들이다. K리그는 대표팀의 근간이고 둘 중 더 중요한 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KBS 스포츠 캡처
감독 선임 과정에 있어서는 더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위원은 “처음에 전력강화위원회가 열심히 한다고 느꼈으나 결과적으로 보니 저를 포함한 축구인들의 한계를 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저희는 행정을 하면 안 되고 말 그대로 사라져야 한다”라며 “여러 상황에서 ‘축구인들이 무엇을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아직 그럴 자격이 없다. 안타깝다”라고 씁쓸해했다.

이 위원은 이번 감독 선임 결정이 한국 축구의 퇴보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며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또 다른 황금 세대가 나왔고 축구로 한국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라면서 “저 역시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라고 허탈해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손흥민과 홍명보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7일 차기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2013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홍 감독은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하게 됐다. 당시 한국은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줄곧 거절 의사를 밝혀왔던 홍 감독이 시즌 중 울산을 떠나게 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특히 울산 팬을 비롯한 K리그 팬들은 자국 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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