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어떻게 최고 골잡이 됐나" 美스포츠매체 장문 분석

  • 등록 2022-05-25 오전 11:42:09

    수정 2022-05-26 오후 12:30:36

아시아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등극한 손흥민(30·토트넘)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골든부트 트로피를 들고 있다. 손흥민은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을 기록하며 리버풀의 모하메다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가 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손흥민이 최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손흥민은 과거보다 더 전통적인 센터포워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어슬레틱’이 내놓은 손흥민(30·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등극 이유 중 하나다.

‘디 어슬레틱’의 잭 핏-브룩과 마크 캐리 기자는 24일(현지시간) ‘어떻게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골든 부트를 받을 수 있었나(How Tottenham’s Son Heung-min won the Premier League Golden Boot)’라는 제목의 장문 분석기사를 냈다.

△예전보다 더 전통적인 센터포워드 역할을 하고 있다

디 어슬레틱은 지난 6시즌의 손흥민의 슈팅 위치 그래프를 공개했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손흥민의 슈팅 위치는 지난 5시즌은 슈팅이 주로 페널티박스 왼쪽에 집중됐다. 왼쪽 측면 윙어 역할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거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왼쪽 윙백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시즌은 슈팅 위치가 페널티박스 가운데에 몰렸다. 거리도 골문과 더 가까워졌다. 사실상 센터포워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디 어슬레틱은 “포체티노 감독 하에는 케인이 9번(최전방 공격수)으로 뛰었고 손흥민은 왼쪽에서 활약했다. 지금은 손흥민이 9번을 맡고 케인인 10번(공격형 미드필더)으로 뒷받침한다. 케인은 손흥민을 향해 넓고 깊게 패스를 연결한다. 이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토트넘이 수많은 골을 만들어낸 다이내믹한 방법이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것이 토트넘 선수단에서 손흥민과 케인이 똑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손흥민이 북런던 더비에서 경기 종료 18분을 남기고 교체됐을 때 많은 이들은 의아해했다. 만약 케인이 골든 부트를 노리고 있다면 과연 교체할 수 있었을까. 빛나는 시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흥민이 ‘너무 착하다’, ‘너무 이타적이다’라는 평가는 계속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전반적인 추세를 종합해보면 이제 토트넘에서 지배적인 골잡이는 케인이 아니라 손흥민이다”며 “손흥민이 케인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손흥민과 케인의 팀 내 역할이 바뀌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손흥민이 토트넘 입단 후 득점률은 표시한 그래프. 사진=디 어슬레틱 홈페이지
△EPL 득점왕 등극에도 여전히 과소평가되는 손흥민

디 어슬레틱은 손흥민이 최고의 활약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에게 2021~22시즌은 최고의 시즌이었지만 4월 말 축구기자협회가 ‘올해의 축구 선수’ 투표를 했을 때 손흥민은 겨우 2표를 받았다. 팬들이 뽑는 ‘PFA 올해의 선수’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손흥민은 지난 4년 동안 3번이나 토트넘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해리 케인의 전성기에 이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손흥민이 얼마나 특별한 선수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디 어슬레틱은 “개리 네빌은 ‘먼데이 나이트 풋볼’ 프로그램에서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손흥민을 꼽았다. 네빌은 손흥민이 리버풀보다 더 약체팀에서 뛰고 있음에도 당시 살라보다 겨우 1골 적을 뿐이며 손흥민이 유럽의 어떤 팀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당연히 받아야 할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뒤 얼마 안돼 있었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디 어슬레틱은 “손흥민은 2015년 23살 나이로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왔을왔을 때 시즌 겨우 4골에 그쳤다. 2016년 여름 손흥민은 독일로 돌아가고 싶어했고 당시 볼프스부르크가 그에게 복귀를 제안했다. 당시 포체티노 감독이 설득에 나선 것은 손흥민이 구단 문밖으로 한 발짝 나왔을 때였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 당시는 (손흥민의 잔류가)결정적인 장면처럼 보여지지 않았다. 토트넘은 2016년 여름 대부분 사우샘프턴의 사디오 마네(현 리버풀)나 크리스털 팰리스의 윌프레드 자하를 쫓는데 시간을 보냈다. 만약 손흥민이 떠나고 그들 중 한 명이 도착했더라도 그것이 토트넘에 재앙이 되진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손흥민은 오늘날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변신했고 그때 잔류 결정은 토트넘에게 중요한 사건이 됐다”고 분석했다.

디 어슬레틱은 “2016~17시즌 이래 EPL에서 손흥민보다 골을 더 많이 넣은 선수는 해리 케인(토트넘),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이상 리버풀)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 등 4명뿐이다. 페널티킥을 빼면 손흥민이 바디를 넘어선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최고의 포워드인 것은 틀림없지만 손흥민은 이들보다 저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발로 모두 골을 넣는 다재다능함, 손흥민의 최대 무기

디 어슬레틱은 손흥민이 양발로 모두 골을 자유자재로 넣을 수 있음을 주목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어느 발로든 편안하게 슛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골을 마무리할 수 있다. 손흥민은 선천적으로 오른발이 더 강한 쪽임에도 올 시즌 왼쪽 발로 전체 리그 골의 절반 이상(12골)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손흥민은 현대 축구에서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동시에 그는 스스로 힘으로 ‘사심없는 팀 플레이어’에서 ‘솔로 슈퍼스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마술 같은 일이며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은 절대적인 기쁨이다. 손흥민은 놀라울 정도로 날렵하고 우아하게 그라운드를 가로지른다. 그는 현재 축구의 명장면 중 하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디 어슬레틱은 손흥민이 8년이나 토트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왜 빅클럽 이적설이 돌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이 매체는 “이것은 타이밍의 문제다, 손흥민은 2021년 7월 토트넘과 새로운 계약에 동의했다. 계약이 성사되면서 토트넘에서의 장기적인 미래가 완전히 보장됐다. 토트넘은 완벽한 시기에 손흥민을 묶었다”며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인 2010년대 후반 20대 후반의 선수들을 위한 큰 시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30대에 가까운 선수들에게 1억 파운드에 가까운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손흥민 같은 선수를 위한 예전 방식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손흥민은 언론, 대중, 그리고 그를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다른 클럽들에 의해 과소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 토트넘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영웅이다. 그는 지금 세대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고 첫 골든 부트를 갖고 있고 내년에는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할 것이다”고 극찬했다.

2021~22시즌 손흥민의 득점 위치 그래프. 사진=디 어슬레틱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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