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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세페린 UEFA 회장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ESL 출범 발표 직후 영국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슈퍼리그는 수치스럽고 이기적인 계획’이라며 “우리 모두는 이런 넌센스 같은 계획에 맞서 싸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슈퍼리그는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계획이고 완벽히 축구와 반대되는 것이다”며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허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폐쇄된 리그에 참가하는 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월드컵과 유로대회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며 “이 아이디어는 모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FIFA도 6개 대륙축구연맹과 공동으로 낸 성명을 통해 “FIFA와 각 대륙 연맹은 이런 대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세계 레벨에서는 FIFA, 대륙에서는 각 연맹에 의해 대회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FIFA는 “이 대회에 관여된 구단이나 선수들은 FIFA와 각 대륙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사실 이처럼 UEFA와 FIFA가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던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가 독차지했던 밥그릇을 뺏길 것을 걱정해서다. 실제로 슈퍼리그가 출범한다면 그동안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에 집중됐던 막대한 스폰서십과 중계권 등이 넘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팬들과 기업이 좋아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빅클럽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왜 빅클럽들이 UEFA나 FIFA의 반대를 무릅쓰고 슈퍼리그를 만들려고 했는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선 UEFA와 FIFA의 지나친 욕심이 부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UEFA, FIFA는 최근 몇 년간 자신들이 주최하는 대회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됐다.
UEFA는 이미 유럽선수권대회가 있음에도 또 다른 유럽 국가대항전인 ‘네이션스리그’를 창설했다. 심지어 2024~25시즌부터는 챔피언스리그의 출전 팀을 기존 32개에서 36개로 확대하고 대회 경기 수를 크게 늘리는 새로운 대회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FIFA 역시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고 클럽월드컵 출전국도 7개 팀에서 24개 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손흥민도 지난해 9월 2주간 5경기를 치르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바 있다. 당시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소속팀 토트넘이 시즌 개막 후 22일간 9경기를 치르는 상황을 맞이하자 “인간이 치를 일정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는 다른 빅리그 상위권 클럽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불만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UEFA, FIFA는 대회 규모와 일정을 키우고 출전팀을 늘려 이익을 극대화 하는데만 신경 썼다. 비싼 돈을 들여 투자를 하고 선수들을 영입하는 구단 입장에선 자신들의 자산인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UEFA, FIFA의 행보가 마음에 들리 없다. 그런 불만들이 쌓이고 쌓이다 폭발하면서 나온 것이 슈퍼리그라는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그런 만큼 UEFA, FIFA 등 기준 세계 축구의 중심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축구계의 크고 작은 반발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