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박은옥, 깊고 맑은 두 시인의 40주년 비행 (종합)

  • 등록 2019-05-03 오전 9:47:48

    수정 2019-05-03 오전 9:47:48

정태춘 박은옥 (사진=정태춘 박은옥 40프로젝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기침은 저희가 기타를 튜닝할 때 마음껏 하세요’

이처럼 소박한 오프닝 멘트가 또 있을까. 아늑한 오르골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 부부이자 동료인 정태춘과 박은옥이 함께 걸어 온 40년의 음악 인생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정태춘 박은옥이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날자,오리배’ 의 첫 공연을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시작했다. ‘날자, 오리배’는 정태춘 박은옥 활동 40년의 음악사적, 사회적 의미를 조망하기 위해 2019년 연간 진행되는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올해 4~7월, 9~11월까지 전국 20여개 도시로 이어질 계획이다. 투어에는 40주년을 위해 만들어진 7년만의 신보 ‘사람들 2019’가 포함됐다.

공연 첫날, 투박하게 굴곡진 정태춘의 저음과 청아하게 뻗는 박은옥의 고음. 소극장 안에 울려퍼지는 명곡과 시의 향연이 5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부부에게 전성기란 지금이다. 정태춘의 울림은 더 깊어졌고, 박은옥의 목소리는 더 맑아졌다. 가사에 담긴 시대 군상과 저항 정신, 일상의 깨달음은 머리 희끗해진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각각 재해석됐다.

정태춘 박은옥 (사진=정태춘 박은옥 40프로젝트 제공)
공연 세트 리스트는 78년 발표된 1집 앨범 수록곡부터 40주년 기념 앨범 수록곡까지 17개로 빼곡히 채워졌다. 광주 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1995년 광주 비엔날레. 초청행사에서 부르기위해 쓰여진 ‘5.18’, 아내에게 바치는 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 수록된 ‘꿈꾸는 여행자’ 등. 정태춘 박은옥은 각 곡이 만들어진 사연이나 담긴 의미를 설명한 후 전주를 시작했다. 박은옥은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수록곡인 ‘윙윙윙’을 부르기 전 “한 어머니가 어린 자식과 이 곡을 부르는 걸 보고 행복한 마음을 느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곡 소개와 곡 시작이라는 진행 방식 속에서 정태춘 박은옥이 보여준 ‘부부의 입담’이 시종일관 관객을 웃게했다. 15년전, 작곡을 멈춘 정태춘은 어느날 박은옥이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말하자 “안된다. 기다리라”고 했단다. 정태춘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은옥은 “그렇게 8년을 기다렸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정태춘 박은옥 (사진=정태춘 박은옥 40프로젝트 제공)
“이번에는 정태춘 씨가 만든 곡 중 유일하게 빠른 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박은옥이 말하자 정태춘은 “저 빠른 곡 많습니다”라고 받아쳤고, 박은옥은 지지않고 “대보세요”라고 응수했다. 이 정겨운 만담에 관객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때로 박수가 터져나왔다.

마지막 곡 ‘수진리의 강’을 부르던 중 박은옥은 편지를 읽었다.

“우리의 노래들이 여러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 건 오히려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지난 40년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여러분들의 가수로 살게 해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나즈막한 감사의 말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났고, 부부는 앵콜곡을 부르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정태춘 박은옥 (사진=정태춘 박은옥 40프로젝트 제공)
공연이 끝난 후 로비는 CD에 사인을 받으려는 관객들이 줄을 섰다. 오리배에 올라 탄 부부는 순조롭게 첫 비행을 마쳤다.정태춘과 박은옥은 오는 10~11일 부산, 18일 전주, 25일 창원을 비롯해 다음달에는 강릉·양산·대전·성남·인천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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