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신드롬]1980's 감성, 메마른 문화를 구원하다③

  • 등록 2016-01-17 오후 1:39:13

    수정 2016-01-17 오후 5:44:24

‘응답하라 1988’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은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징크스를 다시 한 번 깼다. ‘응답하라 1988’은 시청률로 케이블TV의 새 역사를 썼고 케이블 채널로 중장년층의 유입을 이끌었다. 지금의 40·50대나 기억할 법한 30년전 이야기가 ‘사랑’ ‘가족애’ ‘추억’과 어우러져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완성됐다. 그 시대 음악이 다시 울려퍼지고, 그 시대의 사람들이 다시 조명을 받았다. 드라마 한 편에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복고열풍이 거세게 일었다. ‘응답하라 1988’이 남긴 것을 살펴봤다. 1988년을 기억하는 이들은 방송을 안주 삼아 도란도란 추억을 나눴다. 여섯 살 진주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온 동네 사람들이 나서는 정 많던 시절이다. 유행을 감지한 기업들은 ‘촌티’ 나는 광고 전략을 세웠고 관련 제품은 매출액이 늘었다. 당시 유행하던 음악이 방송을 탔고 잊힌 광고들이 화면에 담겼다.

80년대 문화를 접해본 적 없는 이들이 ‘응답하라 1988’에 열광했다. 극 중 덕선이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웬열’은 유행어가 됐다. 지나간 유행어인 ‘아이고~ 김사장~’도 21세기에 부활했다. 열혈시청자들은 정환과 택이를 놓고 누가 남편이 될 것인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신조어인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도 탄생했다.

시청자의 시간여행을 도운 것은 80년대를 고스란히 가져온 듯한 세트장과 소품들이다. 제작진은 쌍문동 골목을 인천시 부평의 한 골목길에 구현했다. 또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당시의 물품들을 화면 곳곳에 담았다.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었던 ‘응답하라 1988’의 이야기는 30년 만에 다시 등장한 작은 소품으로 생명력을 얻었다.

‘응답하라 1988’
“각박한 현실이 시청자들을 80년대로 이끌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신드롬에 가까운 ‘응답하라 1988’의 인기를 이같이 분석했다. 미화되기 마련인 과거의 추억을 드라마에 녹인 게 효과적이었다. 최근 정치 불안과 경제 위기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 드라마가 ‘힐링’으로 작용했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로 대표되는 대중의 자기 위안이다.

이전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등이 특정 계층의 이야기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가족의 따뜻함을 부각했다.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이들이 온기가 있다. 세대별 혹은 계층 간 갈등이 담기지 않는 ‘착한 드라마’가 ‘응답하라 1988’의 컬러다.

한상덕 평론가는 “‘응답하라 1988’의 특징은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덜하고 악인 역할이 없다는 것이다”라며 “취업난에서부터 수저론까지 고통받는 청년층이 열광하는 것은 현실의 갈등 트라우마를 드라마를 통해 잠시나마 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잘생긴 스타’가 아닌 ‘친숙한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작품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의 막장 전개로 피곤해진 시청자가 몰렸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큰 이야기가 줄기를 좇기보다 에피소드별로 진행된 것도 최근 시청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응답하라 1988’의 등장캐릭터는 친숙하나 다소 과장됐다. 이를 통해 성격을 명확히 함으로써 시청자 이해를 도왔다. 인터넷 등에 떠도는 짧은 영상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다. 한 평론가는 “배경은 1988년이지만 구성 방식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이 ‘응답하라 1988’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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