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내야수 김재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더욱 의미있는 이유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다. 김재호는 “경쟁도 같은 위치에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고 했다.
사실 두산은 후배들을 챙기는 문화에 있어선 조금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 살길이 바쁘다보니 그랬다. 후배가 잘 할수록 자신의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재호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김재호는 선배이기보다, 경쟁자이기보다 ‘형’에 더 가깝고 싶어했다.
평소 말이 없는 그다. 언제나 늘 조용히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한다. 더그아웃에서 소리내 크게 웃는 일도 보기 힘들다. 그런 김재호가 지난 겨울부터 말이 늘었다고 했다. 특히 후배들에게 그랬다.
김재호와 포지션 경쟁을 하고 있는 내야수이자 후배 허경민은 “올해 겨울부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허경민은 “재호 선배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허경민은 김재호가 그라운드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가장 많이 챙기는 동생 중에 하나다. 생일파티까지 함께 할 정도다. 김재호는 그런 허경민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다. 경쟁자라기보다 ‘야구하는 동생’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허경민이 7월초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빠져있을 당시였다. 1군에 올라오고 싶어 마음이 급한 동생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김재호였다. 그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 허경민에게 해준 조언은 ‘확실히 낫고 올라와라’였다.
김재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경쟁하는 후배지만 그런 걸 떠나서 마음이 아팠다. 올해 정말 잘했기 때문에 급하게 올라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도 잘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경민이는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한 거다. 통증이 다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무리하게 하면 고질이 된다. 내가 발목이 약하다. 어렸을 때 많이 다치고 꺾이고 지금은 맨날 테이핑하고 조금만 뛰면 다리 아프고, 한 번 꺾인 발목은 계속 꺾이기 마련이다. 나중에 연골이 다 나갈 정도다. 젊은 나이에는 티가 안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그 부분이 확 와닿게 된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해줬었다”고 말했다.
경쟁하는 사이지만 한 사람이 아프거나 혹은 다쳐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다. 서로가 동등한 조건에서, 강한 상태에서 붙어야 ‘경쟁’의 진정한 의미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일반인과 장애인이 붙으면 경쟁이 될 수 없다. 서로가 강한 상태에서 붙어야 경쟁이다. 더욱 잘하고 싶은 의욕도 생길 것이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쟁이 될 거라 생각한다. 둘 다 잘해야한다. 팀으로서도 더 시너지 효과도 날 것이다. 그래야 경쟁에서 져도 쿨하게 납득이 되고, 경쟁에서 이기면 더 기분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올시즌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주고 있는 김재호. 그의 존재감이 그 어느 해보다 더욱 든든하게 느껴진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