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인물탐구] '솔로앨범으로 인기' V.O.S. 박지헌

  • 등록 2008-02-11 오후 3:59:08

    수정 2008-02-15 오후 5:53:41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솔직히 지금의 인기가 당황스러워요. 솔로 앨범 준비할 때만 해도 방송 차트 1위는 커녕 스케줄도 안 잡힐 것 같아 기획사에 '나 방송 안 해'라고 미리 선수칠 정도였 거든요”

V.O.S의 박지헌은 ‘날 것’ 같았다. 인터뷰 내내 자신이 걸어온 30년간의 인생의 지문과 음악적 행보에 대해 포장할 줄 모르고 솔직했다.

◇ 생각지 못했던 솔로앨범의 비상

V.O.S의 ‘매일 매일’과 ‘부디’의 인기에 이어, 솔로 앨범 ‘단추’의 발매와 동시에 온라인 음악 차트를 석권하며 데뷔 5년 만에 지상파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거머쥔 가수 박지헌. 그러나 박지헌은 솔로 앨범 기획 자체도 음악적 성공을 기대했다기 보다는 청중들에게 V.O.S를 각인 시키기 위한 일종의 기획성 음반이었다고 자신이 처한 음악적 현실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따지고 보면 박지헌의 솔로 데뷔는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기획 자체만을 놓고 보면 모험도 따르는 작업이었다. 신화의 앤디나 솔로 활동을 앞두고 있는 빅뱅의 태양처럼 기존 그룹이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V.O.S 음악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신선함으로 승부를 거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박지헌은 “음악 팬들이 ‘매일 매일’이나 ‘부디’ 같은 곡은 기억해도 V.O.S의 멤버가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며 “현준이나 나의 솔로 앨범 활동을 통해 좀 더 V.O.S 멤버들의 캐릭터를 잡아 줄 필요가 있었다”고 솔로 데뷔 이유를 밝혔다.

V.O.S는 여러 히트곡을 내긴 했지만 아직 신화, 동방신기, 빅뱅, SG 워너비와 같은 대형 인기 그룹은 아니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신생 그룹의 경우 요즘 같은 가요계 풍토에선 후속곡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팬들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지기 때문에 박지헌은 “멤버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V.O.S라는 이름을 간접적으로 각인시키고자 했다”고 솔로데뷔 준비 당시를 회상했다. 박지헌이 ‘V.O.S 박지헌’으로 활동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 박지헌의 '거위의 꿈'..."내 삶을 음악에 우려내고 싶다"
 
박지헌의 음악적 생존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V.O.S의 ‘매일 매일’과 ‘부디’에 이어 솔로 앨범까지 승승장구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룹 V.O.S는 데뷔 초부터 여느 남성 보컬 그룹의 숙명처럼 SG 워너비와의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지헌은 이에 "우리는 미드 템포 발라드는 절대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는 V.O.S 멤버들 간에 굳게 맺은, 데뷔 당시의 음악적 포부를 들려주었다. ‘미드 템포 발라드’란 박효신의 목 울림 창법을 쓰며 기존의 한국적 발라드와는 달리 음악의 진행 속도가 빨라 곡의 감정의 고조가 빨리 오는 발라드 장르를 말한다. 이런 미드 템포 발라드는 그룹 SG 워너비를 필두로 많은 남녀 보컬 그룹들이 따라하는 일종의 발라드 트렌드이기도 하다.

박지헌은 이번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미드 템포 발라드란 트렌드를 벗어나기 위해 앨범 작업시 크고 작은 마찰도 불사했다고 고백했다.
 
박지헌은 “‘보고 싶은 날엔’을 녹음할 때 소위 SG 워너비식의 창법으로 부를 것을 강요받기도 했으나 녹음을 중단시키고 재녹음을 요청하면서까지 나만의 음색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박지헌은 “‘보고 싶은 날엔’의 템포는 전형적인 미드 템포라 할 수 있지만 개성 강한 음색이 음악 팬 여러분들께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신곡의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지헌이 구체적으로 펼치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은 무엇일까?
 
박지헌의 이런 음악적 고민은 솔로 앨범 속지에 적혀 있는 포토에세이에서도 오롯이 묻어났다. 박지헌은 자신의 솔로 앨범 ‘단추’의 앨범 커버에 ‘반복, 반복’이란 주제로 ‘음악이 지루하게 반복된다. 똑같은 음악들, 변화가 필요할까?’라고 자신의 음악적 고민을 밝힌 바 있다.

박지헌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음악의 진정성’이라고 대답했다. 데뷔 전에 인디 밴드를 했다는 박지헌은 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의 故 커트 코베인의 기일이 되면 잊지 않고 제사를 챙길 정도의 록키드였다고 한다. 영국 모던 록 밴드 뮤즈를 좋아한다는 박지헌은 “그 때는 열정이 있고 음악에 대한 정신이 있었다”며 “지금은 내가 타고난 목소리에 의존해 기교로만 음악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에게 항상 되묻곤 한다”고 담담히 자신의 음악적 여정을 반성하듯 돌아봤다.

박지헌은 “그렇다고 록 음악만이 진정성이 있는 음악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중음악도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자기만의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헌은 또 “요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과 바이브의 음악을 들으면 단지 목소리 기술로 승부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V.O.S도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발라드 그룹으로 커나갔으면 한다”고 자신의 음악적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종신 선배가 내 인생의 롤모델"


지난해 12월, 음반 발매 하루 만인 13일 온라인 음악 사이트 벅스 뮤직 차트 1위, 2008년 1월8일 엠넷닷컴 차트 1위, 13일 싸이월드 음악 차트 1위, 16일 네이버 뮤직차트 1위, 1월26일, 2월2일 MBC ‘쇼! 음악중심’ 2주간 연속 1위…. 솔로 앨범 '단추’의 타이틀곡 ‘보고 싶은 날엔’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박지헌에게 요즘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팬들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어둡고 딱딱한 이미지가 그것. 박지헌은 최근 이데일리SPN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좋게 말하면 나를 진중해 보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나를 무겁게 봐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2007년 ‘쇼바이벌’ 출연 당시 V.O.S가 유독 방송에서 우는 모습을 많이 보였고, 다른 멤버에 비해 리더인 박지헌의 심각한 모습이 더욱 많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 서른인 박지헌에게는 10대 아이들 댄스 그룹 멤버가 아닌 이상, 날 선 카리스마 보단 팬들과 편안하게 음악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박지헌에겐 자신의 무거운 이미지가 팬들과의 소통에 자칫 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지헌은 이렇게 팬들에게 자신이 무겁게 비춰지는 이유를 자신의 닫힌 마음에서 찾기도 했다. 그리고 그 돌파구를 선배 가수 윤종신에게서 찾았다. 박지헌은 “언젠가 방송에서 누군가 윤종신에게 자신의 좌우명이 뭐냐고 물었는데 윤종신 선배가 '나를 놔줬더니 사람들이 그때서야 나를 봐주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참 인상 깊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윤종신은 한 방송에서 군 입대 하기 전 20대 시절에는 015B ‘텅빈 거리에서’처럼 미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군에 다녀와서 무려 목소리의 네 키가 내려가 내가 정말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팬들과 점점 멀어지는가 싶었는데 남에게 곡도 써주고 오락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윤종신은 이래야 한다’는 집착을 놔버리고 사람들에게 나를 열어 보이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라는 것이 당시 윤종신이 꺼낸 말의 요지였다.

박지헌은 이에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자신들의 생활 반경과는 동떨어진 ‘스타’가 아닌 자신들처럼 역경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보통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큰 만큼 내 안의 집착과 강박 관념을 버리고 좀 더 편하게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내보이기도 했다.

 
"'사노라면'은 내 주제가""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박지헌이 자신의 불후의 명곡으로 꼽은 것은 전인권의 ‘사노라면’이었다.
 
박지헌과의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소속사 관계자는 "지헌이가 이 노래를 콘서트에서 부를 때면 너무 구슬퍼 슬프기까지 하다"고 박지헌과 노래의 궁합을 설명했다. 이 노래엔 대체 어떤 사연이 녹아 있길래 박지헌은 자신의 삶을 대표하는 노래로 ‘사노라면’을 꼽은 걸까.
 
박지헌, 그의 나이 이제 만 서른이다. 가수치곤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2004년 데뷔해 2007년 MBC ‘쇼바이벌’을 통해 주목 받기까지 박지헌의 인생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박지헌은 집에서 가수 데뷔를 반대하던 시절 보다 오히려 2004년 가수 데뷔 후가 더 힘들었다고 어려웠던 지난 과거를 털어왔다.
 
박지헌은 지난 2004년 소속사와 계약을 맺으며 대전에 살던 부모님을 서울로 모셔왔다. 데뷔만 하면 금전적인 모든 것들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박지헌은 부모님이 하시던 일도 그만두게 하게 무작정 상경을 강행했다. 그러나 박지헌은 데뷔 후 큰 빛을 보지 못하고 급기야 아버지까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그는 가장으로서 한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박지헌은 집안의 생계를 위해 “다른 가수 보컬 트레이닝은 물론 일비 3만5천원의 결혼식 축가 행사도 뛰는 등 소속사 계약조건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생계를 위해 웬만한 일은 다 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지헌은 “이렇게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당구장 부업도 했는데 결국 2000만원 정도 손해만 보고 문을 닫아야 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14평 월셋방에서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박지헌은 월세도 제 때 내지 못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며 “월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집에 들어갈 면목이 없어 PC방을 전전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V.O.S 앨범이 호평을 받고 솔로 앨범이 기지개를 펴면서 박지헌의 앞날에도 차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월세 걱정은 벗었다”는 박지헌은 “무엇보다 부모님이 예전처럼 마음 조리지 않고 내 가수 활동을 편안하게 지켜보실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박지헌은 또 “내가 어려울 때는 동생도 일이 잘 안풀리더니 내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니 동생 일도 잘 풀린다”며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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