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양궁 2관왕' 기보배, 선수인생 마감..."후배들이 내 빈자리 채울 것"

  • 등록 2024-02-14 오후 1:26:17

    수정 2024-02-14 오후 1:26:17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 27년을 기념해 순금 27돈으로 제작된 금메달을 가족으로부터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 27년을 기념해 순금 27돈으로 제작된 금메달을 가족으로부터 받고 취재진에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양궁 2관왕에 올랐던 기보배(36)가 27년간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기보배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1997년 처음 활을 잡은 뒤 27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면서 “지나온 시간 동안 정상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스승님과 선후배, 동료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보배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0년대 세계 최강 한국 여자양궁을 이끈 에이스였다.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2관왕을 달성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기보배는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세계 양궁월드컵 파이널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3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쓸어담았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체육훈장 최고등급인 청룡장(1등급)을 받기도 했다.

2017년 결혼과 출산 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간 기보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 지난해 국가대표에 복귀했지만 결국 선수로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기보배는 “내가 떠난 빈자리는 든든한 후배들이 채워줄 것이다. 모교 후배 안산(광주여대)이 잘하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에서는 준비한 대로만 한다면 여자 단체전 10연패의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응원했다.

기보배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팀동료 장혜진(은퇴)에게 패해 탈락했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전 준결승전을 꼽았다. 그는 “올림픽 개인전 2연패 문턱에서 무너지는 내 모습을 봤다”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으로는 런던 올림픽 개인전 결승전 슛오프를 꼽았다. 그는 “양궁 인생의 반환점이 됐다”며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뿌듯해했다. 또한 임신 2개월 차에 비를 맞으며 활시위를 당기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그 때 받은 국내대회 메달이 올림픽만큼이나 값지다”고 덧붙였다.

웃으면서 담담히 은퇴 소감을 밝히던 기보배는 특히 딸을 떠올리면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딸은 응석을 부릴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했다”며 “주말에만 만나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펑펑 우는 아이의 고사리같은 손을 뿌리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기보배는 자신과 같은 ‘엄마 선수’들에게 응원을 말을 전했다. 그는 “본인이 팀에 피해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를 목표로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기보배는 “다시 태어나도 양궁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예전에는 딸에게 절대 모든 스포츠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딸이 승부욕이 엄청나 뭘 해도 잘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보배는 앞으로 양궁을 더욱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전념할 뜻을 밝혔다. 그는 “그간 받은 넘치는 국민적인 사랑과 관심을 돌려드리고 싶다”며 “누구나 양궁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양궁을 더욱 알리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대한양궁협회는 은퇴를 선언한 기보배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특히 남편과 딸 등 가족들은 선수생활 27년 기념 순금 27돈짜리 금메달을 직접 제작,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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