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는 지난 13일 막을 내린 2023 KBO 한국시리즈에서 KT위즈를 4승 1패로 누르고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상에 우뚝 섰다. 우승 세리머니에서 염경엽 LG 감독은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내년에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외쳤다.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주장 오지환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29년 만의 우승을 일궜다. 이 멤버 그대로 또 우승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LG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명실상부 최강 팀이었다. 정규시즌에서 86승 2무 56패를 기록, 2위 KT위즈를 6.5경기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T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을 먼저 내주는 위기를 겪긴 했지만 2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재 LG의 전력은 투타 모두 안정적이다. 이번 시즌 이후에도 정상을 계속 지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특히 방망이는 내년 시즌에도 큰 걱정이 없어 보인다. 부족했던 퍼즐 조각을 드디어 맞췄기 때문이다. 바로 외국인타자와 주전 2루수였다.
LG는 그동안 외국인타자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나마 2020년 38홈런을 때린 로베르토 라모스 정도가 성공케이스였다. 하지만 라모스조차 이듬해인 2021년 부상에 시달리면서 일찍 팀을 떠났다. 이후 저스틴 보어, 리오 루이즈, 로벨 가르시아 등이 왔지만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LG는 이번 시즌 오스틴 딘을 통해 ‘외국인타자 잔혹사’를 끊었다. 오스틴은 이번 시즌 139경기에 나와 타율 .313 23홈런 95타점을 기록했다. LG에 부족했던 장타력 및 우타자 고민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심지어 1루수 공백까지 해결했다.
2루 고민은 신민재를 통해 메웠다. LG는 늘 2루수가 고민이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활약한 손주인 이후 확실한 2루수를 보유한 적이 없었다. 정주현, 정근우, 서건창 등이 2루수를 맡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타자를 2루수로 영입하기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주로 대주자로 나섰던 신민재가 2루 자리를 완벽하게 차지하면서 오랜 고민을 씻어냈다.
올해 팀타율 1위(.279)를 차지한 LG 타선은 당분간 큰 걱정이 없어 보인다. 김현수, 박해민, 오지환, 박동원, 홍창기 등 팀의 핵심타자들이 건재하다. 문보경, 문성주 등 젊은 타자들도 경험치가 쌓이고 있다. 김범석 등 젊은 유망주들도 무럭무럭 커 나가고 있다.
변수는 투수력이다. LG는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불펜진을 자랑한다. 질과 양 모두 단연 최고다. 하지만 전력 약화 요소가 있다. 이번 시즌 선발과 불펜에서 맹활약한 이정용이 군에 입대한다.
이정용은 올 시즌 중반부터 선발로 변신해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선 다시 불펜으로 변신해 위험한 순간을 책임졌다. 3차전에서 흔들리는 고우석을 대신한 이정용의 마무리가 아니었다면 LG 우승은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정용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는 LG의 내년 시즌을 좌우할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애덤 플럿코를 대신할 투수다. 플럿코는 지난 두 시즌간 26승을 거두며 LG의 1선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정작 가을야구에선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는 골반 부상을 호소하면서 가을야구를 치르기 전에 미국으로 떠났다.
그래도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플럿코의 존재감은 컸다. 플럿코 만한 외국인투수를 찾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 LG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토종 선발도 보강이 필요하다. 최원태, 임찬규, 김윤식 등이 선발투수로 역할을 했지만 불안함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토종선발로만 놓고 보면 LG는 다른 팀을 압도한다고 보기 어렵다. 손주영, 이지강, 조원태, 강효종, 이상영 등 젊은 유망주들을 믿을 만한 선발투수로 키워내는 것이 큰 과제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오랜만이지만 LG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한 강팀이었다. 이는 지금의 팀 운영과 선수 육성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시스템과 팀 분위기를 잘 유지한다면 꾸준히 우승후보로 자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