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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은 12일 막을 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0m와 1500m를 휩쓸며 개인전 2관왕에 등극했다.
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건 에이스 박지원이었다. 박지원은 2022~23 월드컵을 휩쓸었다. 1차부터 6차 월드컵까지 개인전 금메달 9개, 은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남자 5000m 계주와 혼성 2000m 계주까지 합하면 금메달 12개, 은메달 4개. 월드컵 창설 25주년을 맞아 남녀 종합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 초대 수상자까지 됐다.
한국 팬들의 기대를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상대의 집중 견제까지 신경 써야 했다. 박지원은 대회를 앞두고 “물살이 강한 것보다 잔잔한 걸 좋아한다”며 늘 그랬듯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지원의 말과 달리 그의 금빛 질주는 세찼다. 대회 2일 차에 열린 1500m에서 압도적으로 빙판을 갈랐다. 레이스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했다. 1위로 올라선 뒤에는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분 17초 79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의심할 수 없는 레이스였다.
박지원은 이번에도 그의 말을 지켰다. 대회 마지막 날 열린 1000m에서도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특히 많은 관심이 쏠렸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준준결승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500m 탈락의 아픔을 설욕하는 질주였다.
박지원은 “오늘 메달 딸 수 있고 그게 금메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어제 했다”며 “그 다짐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분이 좋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링크장을 가득 메웠던 팬들의 함성은 그에게 부담이 아닌 스퍼트의 원동력이었다. 박지원은 “팬들이 많은 게 너무 좋다”며 “귀에 들리는 함성이 원동력이 됐기에 내겐 큰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원은 세계선수권에 대한 아쉬움도 모두 풀었다. 지난 대회 출전을 노렸지만, 코로나19로 취소됐다. 1500m 금메달을 딴 뒤 “절반의 아쉬움은 내일 풀겠다”라고 말했던 그는 약속했던 대로 1000m에서도 정상에 섰다. 박지원은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오른 게 한국이라 정말 좋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지원이 안방에서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면서 한국 대표팀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던 황대헌(24·강원도청)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리 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포기했던 그는 복귀를 앞두고 있다. 오는 4월 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박지원과 황대헌이 보여줄 시너지 효과에 기대감이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