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시즌 2의 막을 내린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 속 빌런 주단태(엄기준 분) 역시 그의 극악함을 돋보이게 한 명품 조연들의 활약도 함께 받쳐준 결과란 반응이다. 지난 시즌 1부터 ‘펜트하우스’에서 주단태의 옆을 지켜온 심복 ‘조비서’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검은 정장, 까까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의뭉스러운 눈빛에 적은 말수를 지닌 조비서는 주단태가 모든 악랄한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뒤치다꺼리를 담당하는 행동대장이다. 으레 검은 정장을 입은 드라마, 영화 속 행동대장은 빌런에 버금가는 냉정하고 폭력스러운 모습을 보여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 드라마 속 조비서는 정반대다. 주단태에게 폭언을 듣는 것이 일상에 말대꾸 한 번 못한 채 두들겨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딘가 2% 모자르고 그렇게 구박받고도 주단태 곁을 떠나지 않는 모습은 답답함을 유발할 때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주단태에게 흠씬 맞고 짠해지는 모습에 더욱 열광하고 자신의 일처럼 이입한다.
이를 연기한 배우 김동규 역시 ‘조비서’ 덕분에 ‘맞아야 사는 배우’란 타이틀까지 얻으며 주목받는 신예로 발돋움 중이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펜트하우스2’ 종영 소감과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는 기분, 시즌3에 대한 기대 등 소회들을 솔직히 털어놨다.
김동규는 먼저 “시즌 1 끝나고 2까지 잘 마무리하게 됐는데 이렇게 드라마 자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그 속에서 조비서라는 역할을 관심있게 봐주셔서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만들어주신 시청자들께 감사드린다. 아직 배울 것도 부족한 저에게 많은 길을 지도해주신 주동민 감독님, 작가님, 엄기준 선배님 등 모든 선배님들을 비롯해 정말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선배님들과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아쉬움이 있지만 시즌 3까지 달려나갈 예정이니 기대 부탁드린다”고 종영 소감을 건넸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 중인 요즘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어딜가나 펜트하우스 보냐는 질문으로 말을 시작하는 걸 보며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다”며 “저희 펜트하우스와 관련한 각종 SNS ‘짤’들도 보는 편인데, 드라마에 이렇게까지 관심과 추측을 보내주실 정도로 팬이 되어주시는 걸 보면서도 실감 중”이라고 말했다. 또 “저 역시 몇몇 시청자분들께서 지나가다 어디선가 조금씩 알아봐주시고 있다. 되게 감사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제가 어느날 아침을 못 먹어서 촬영 전 빵을 사 먹으려 한 가게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신 한 시청자분께서 제게 DM(메시지)을 보내신 적이 있다. 저를 한 번에 알아봤는데 사진 찍어달라 요청하는게 민폐 같아서 말을 못 걸었다고 하시더라. 특히 이분께서 당시 컨디션이 안 좋으셨는데 저를 보고 그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을 해주시는데 정말 감동했다. 그저 하나의 배우고 사람일 뿐인데 저에게 그런 감정까지 느껴주신다니 감사했고, 그에 부응할 수 있게 앞으로 제가 더욱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오랜 호흡으로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와주는지에 대해서도 엿들을 수 있었다.
‘맞아야 사는 배우’란 별명답게 조비서 역할을 하면서는 어떻게 ‘더 잘 맞을 수 있을까’ 액션을 연구하는 일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김동규는 “맞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다. 맛깔나게 맞지 않으면 애써 찍어둔 액션신이 다 날아갈 수도 있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며 “몸을 아끼지 않으려 노력했고 장면 준비를 위해 복싱장도 많이 다녔다. 배를 맞을 때 사람이 어떻게 쓰러지는지 등 연구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희 부모님도 걱정 대신 오히려 제가 맞는 신이 나올 때 더 ‘잘한다’며 좋아하신다. 제가 현장에서 그만큼 노력을 한 모습이 보인다고 인정을 해주신다”며 “다만 건강관리를 위해 수많은 영양제들의 힘에 의존 중”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실제 자신의 성격은 조비서와 정반대라고도 털어놨다. 그는 “사실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정이 많다. 그만큼 눈물도 많고 의외로 마음이 여린 편”이라며 “캐릭터와는 다르게 평화주의자인 면모가 많다. 비둘기와 같은 존재다. (웃음)‘조둘기’였어야 하는데 연기를 위해 넣어두려 노력하는지라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출연했던 예능 ‘온앤오프’로 자신의 숨겨진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다음에도 기회가 닿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SBS ‘런닝맨’에 나와보는 게 소원이다. 이름표 떼기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조비서의 명장면’도 꼽았다. 김동규는 “시즌 1에서 회장님 차에 쫓기면서 땅바닥에 구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가장 스펙타클하게 맞았던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라며 “실제 촬영하고 시청하셨던 많은 분들이 ‘어이구야’ 할 정도로 놀라셨던던 장면이다. 특히 당시 넘어졌던 바닥이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자갈들이 많은 울퉁불뚱한 땅이었어서 손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돌멩이가 많이 박혔다. 몸을 날린 기억 중 가장 스펙타클한 기억”이라고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김동규는 “능글맞고, 장난기 있는 역할, 연기도 잘 할 자신이 있고, 시청자분들이 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로맨스’에도 욕심이 난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 딱히 제약을 두고싶지 않다. 언제든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