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가대표 경기 앞두고 '촉' 세우라는 JTBC

  • 등록 2016-08-22 오전 9:08:42

    수정 2016-08-22 오전 9:25:38

탁재훈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촉이 좋다’는 표현이 있다. 닿을 촉(觸) 자를 써서 어떠한 일을 하거나 선택을 하는데 긍정적인 결과를 잘 이끌어낸다는 뜻이다. ‘감이 좋다’는 말로도 쓴다. 말 자체에 ‘느낌’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자료나 현상 등을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순간의 판단에 승부를 거는 도박사들이 애용하곤 한다.

‘당신의 촉을 세워라.’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예능프로그램 ‘예언자들’의 캐치프레이즈다. 탁재훈 장동민 김흥국 신아영 등 연예인을 비롯해 전 축구선수 이천수, 아나운서 김형욱 정인영, 역술인이 출연해 다음 달 1일에 열리는 2018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결과를 예상하는 콘셉트다. 경기를 일주일가량 앞둔 24일 방송한다.

스포츠 경기 등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출연해 전력을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은 있었다. 하지만 비전문가로 출연진을 구성해 경기 결과를 맞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예언자들’이 처음이다. 심지어 역술인은 사주와 팔자라는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결과를 전망한다.

자칫 ‘예언자들’이 스포츠도박의 연장선에 설까 우려스럽다. JTBC는 웃자고 만들었는지 모르나 받아들이는 이들에겐 다르다. 경기결과를 미리 예측한다는 것, 촉을 세우라는 말에 사행성의 그림자가 짙다. 과정이 아닌 결과만으로 판가름이 나는 도박과 성격이 닮았다. 불법 스포츠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공적 책임이 있는 방송사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것이 놀랍다.

JTBC는 월드컵 예선을 단독으로 생중계한다. 이들은 ‘예언자들’에 대해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축구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이민우 JTBC PD는 이데일리에 “경기를 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흥미를 돋을 수 있게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며 “스포츠토토 등과 연관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월드컵 예선에 나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뛴다. 이들이 선전하고 승리하길 바라는 것은 국민의 염원이다. 과정을 무시한 채 승패와 경기점수로 금전이 오가는 도박으로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JTBC는 프로그램 방송에 발맞춰 “경기결과를 맞힐 것 같은 예언자를 꼽아 달라”며 경품을 내걸었다. 그리고 소개 영상에 등장한 MC 탁재훈은 이렇게 말했다. 말은 길지 않았다. “탁재훈입니다. 정말 간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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