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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예고편만 보면 ‘지구를 지켜라’는 신하균 주연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러나 정작 본편의 정서는 코믹하지 않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코미디를 기대했다가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당시 예고편과 달랐던 본편의 분위기에 시쳇말로 ‘뮝미’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는 ‘지구를 지켜라’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영화의 예고편과 본편을 비교해보는 [예고편VS본편]은 그래서 만들어 졌습니다. 한마디로 “예고편에 속지 말자”는 의도에서죠. 혹은 예고편보다 본편이 낫다는 것도 알려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독자들의 영화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 5일 개봉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이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아마도 영화 원작에 대한 사전지식 여부와 예고편에 따른 오해(?)로 빚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왓치맨’은 알려졌다시피 미국의 독특한 문학 장르인 그래픽 노블의 동명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엘랜 무어의 대표작인 ‘왓치맨’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들은 이전의 미국 슈퍼히어로들과 다릅니다.
이들은 슈퍼히어로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이나 혹은 국가의 음모로 슈퍼히어로가 됩니다. 그리고 미스터 맨하튼 외에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혹은 배트맨처럼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니지도 못하고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강력한 무기도 없습니다.
그러나 예고편에서는 로어셰크가 빌딩 사이를 넘나들고 나이트아울과 실크스펙터가 마치 대규모 액션 장면을 펼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작 본편에서 그들이 펼치는 액션은 그다지 폼 나지 않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이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대규모 액션장면을 만들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300’으로 유명해진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번 작품을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 아니라 원작의 장면들을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영상으로 옮겨왔습니다. 원작의 콘티를 훼손하지 않고 화면을 만들었던 셈이지요. 덕분에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면 ‘왓치맨’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그린 이미지들을 실사로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 냈으니까요.
‘왓치맨’ 예고편의 문제는 이 영화를 자칫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수준의 스펙터클한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로 기대하게끔 만든다는 점입니다. ‘왓치맨’은 예고편처럼 슈퍼히어로들이 펼치는 ‘액션’에 방점을 찍은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달 착륙, 케네디 암살, 배트남 전 종결, 소련과의 핵전쟁 위기 등 미국의 현대사 이면에 슈퍼히어로들이 개입되었다는 설정을 통해 현 시대의 종말을 묻는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사실 ‘왓치맨’에서 의외의 장면은 나이트아울과 실크스펙터의 베드신 입니다. 원작에서는 분위기만 그려졌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은 성인 관객을 위해 확실한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성인용 영화의 분위기가 예고편에서는 거의 감지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 역시 예고편에 속았다는 느낌을 주는 요인으로 짐작됩니다. 따라서 예고편과 본편간의 싱크로율은 40%정도. 즉 예고편과 본편간의 차이가 큰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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