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끝내주는 몸으로 ‘쫄쫄이’를 입고 다니고 콘돔도 많은데 거기서 뭘 하겠어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화제가 됐던 미국 스켈레톤 선수 존 달리의 인터뷰다.
동·하계를 가리지 않고 올림픽은 세계에서 온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선수촌이라는 한 공간에 모인다. 당연히 선수촌 내에서 남녀간의 사랑도 활발히 이뤄진다. 이런 문화를 받아들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그 동안 선수들에게 무료 콘돔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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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무료 콘돔이 처음 제공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당시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선수들에게 제공한 콘돔 숫자는 8500개였다. 서울올림픽 참가 선수가 공식적으로 8391명이었으니 1인당 1개 꼴로 지급됐다.
그전까지 제공되지 않았던 무료 콘돔이 서울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이유는 성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막기 위해서였다. 특히 1980년대 당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올림픽에서 선수들에게 배포되는 무료 콘돔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10만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15만개가 뿌려졌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무려 45만개가 제공됐다. 서울올림픽과 비교해 무려 50배 이상 늘었다.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전체 선수 숫자는 1만1238명이었으니 1인당 40개 꼴로 지급됐다. 리우 올림픽에서 콘돔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난 이유는 태아의 뇌 손상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남미 지역에 퍼졌기 때문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11만개의 콘돔이 제공됐다. 전체 참가선수가 2920명이었으니 1인당 제공된 숫자는 약 38개였다. 역대 동계올림픽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였다.
데이팅 어플 업체들도 선수촌에 있는 선수들의 회원등급을 상향 조정하며 즉석만남을 적극 유도했다. 당시 데이팅 어플 업체는 “매치(서로가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 성사율이 600%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경기를 앞두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속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연구결과를 통해 성관계와 경기력은 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요즘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성관계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물론 일생일대의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성관계에만 몰두할 수는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관계자는 “선수들이 가져간 콘돔 가운데 상당수는 개봉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며 “실제 사용하기 보다 올림픽 기념품으로 가져간 숫자가 상당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