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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팀과 미국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4일 미국 플로리다 더니든의 플로리다 오토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솔로홈런 포함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전날 청백전에선 1타수 무안타로 공격에선 그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강정호.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그의 첫 인상을 좌우할 첫 실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회 첫 타석에서 토론토 우완 선발 에런 산체스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타격감을 조율하더니 3회 한 방을 쏘아올렸다.5-0으로 앞서던 3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때렸다. 마르코 에스트라다를 맞아 2구째, 빠른 볼이 가운데 높게 들어오자 주저없이 방망이가 돌아간 결과였다.
사실 결과엔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이기 때문이다. 투수, 타자가 전력으로 붙는 개막전 이후가 진짜 승부다. 강정호 역시 “첫 단추를 잘 끼운 느낌”이라며 큰 의미를 두진 않는듯 했다.
다만 강정호가 경기 내외부적으로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과 예상보다 빨리 강한 첫 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를 주목해 볼 필요는 있다.
팀 코칭스태프는 물론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타팀 관계자, 그리고 동료에게도 강정호는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
사실 이 부분은 ‘외국인 선수’ 강정호의 자신감과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캠프 때부터 안타가 나오지 않고,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으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첫 타구 처리에 대한 결과, 그리고 첫 경기에서의 활약에 따라 위축될 수도 더 자신감을 찾을 수도 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한국 무대에 온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울러 밀어서 외야 우측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보냈다는 점에서 강정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 파워도 맘껏 증명해냈다. 지금까지 시범경기를 뛰면서 첫날 시속 150㎞짜리 공을 던지는 투수는 처음 봤다던 강정호다. 눈에 아직 익숙치 않은 빠른 볼이지만 뛰어난 적응력과 대처 능력으로 결과까지 만들어냈다는 점도 의미있다.
강정호가 미국 야구에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소득 중 하나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세리머니였다. 강정호는 홈런을 때리고 ‘졸탄(Zoltan)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피츠버그 3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양손 엄지를 연결해 손으로 Z 모양을 그렸던 것. 피츠버그 선수들은 장타를 쳤을 때 졸탄 세리머니를 한다. 2012년 포수 로드 바라하스가 동료와 함께 본 영화에 나온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주인공 졸탄을 부르는 장면’을 세리머니로 활용한 것이다.
이미 통역 없이도 동료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강정호다. 팀 세리머니까지 선보이며 팀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외신들도 강정호의 적응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