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인터뷰] 오승환이 말하는 '돌부처의 조건'

  • 등록 2014-01-02 오전 9:58:06

    수정 2014-01-02 오전 10:10:13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오승환(한신)은 2014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2005년 데뷔한 오승환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8년차 대졸 선수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11월, 최대 총액 9억엔(약 94억원)의 몸값으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꿈에 그리던 일본 야구 진출. 오승환에겐 야구선수로 새 출발, 새 도전인 셈이다. 그래서 2014년은 그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수밖에 없다.

오승환에게는 여러가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끝판대장’, ‘돌부처’ 등등. 그중 오승환을 가장 잘 표현하는 별명은 돌부처다. 경기장에선 워낙 무표정, ‘포커페이스’로 일관하기 때문에 나온 별명이다. 극적인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 짓든 혹은 결정타를 맞든, 인터뷰를 할 때도 그의 표정은 한결같다. 무표정이다.

이데일리가 새해를 맞아 그를 한 번 만나보고자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사람은 다른 이들 보다 성공에 더 가까워진다는 건 진리나 다름 없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중 누구에게 일을 맡기고 싶은지는 굳이 물어 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자세’는 리더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이기도 하다.

개인 훈련차 괌에 머무르고 있는 오승환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가 언제부터 돌부처가 됐는지, 일상에서도 돌부처인지,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등을 물었다.

오승환은 제일 먼저 답했다. “팬들의 관심이 생기다보니 그런 별명이 생기게 됐다. 의식한 것은 아니다.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학창시절, 아버지의 말씀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승환은 “학교 다닐 때 언젠가 아버지가 운동장에서 ‘웃지 말라’고 혼을 내셨다”고 떠올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마음먹고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다. 오승환은 그 속에서 어느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돌부처가 되는 법을 터득해갔고, 표정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도, 자신감을 갖게 되는 법도 배워갔다. 그가 전하는 ’돌부처되는 법‘이 우리들에게도 의미를 갖는 이유다.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했던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단국대 시절까지만해도 그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팔꿈치 수술을 한 뒤엔 이젠 야구선수로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했다. 그러나 그는 예상을 뒤로 하고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넘어 일본 리그에까지 진출했다. 성공적인 삶을 이어오는 그의 삶에 대한 철학들은 그가 ’돌부처‘가 될 수 있었던 법에 녹아있는듯 싶었다.

△무단이탈 때도, 튜빙은 챙겨갔다

위기에 몰린 투수에게 힘을 주기 위해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와 말한다. “야, 자신감을 갖고 던져. 뭘 쫄고 그래.” 너무도 쉽게 말하는 그 자신감. 그러나 그런 자신감을 얻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일이다. 오승환 역시 말한다. “그건 나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마운드에서 돌부처가 되기 위해선 꼭 가져야할 것이 자신감이다. 그래야 타자와 싸워 이길 수 있고 비로소 여유있는 표정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성실함에서부터 시작된다. ‘난 이만큼 운동했다. 나보다 많이 한 선수 있냐’는 생각에서부터 자신감은 생겨나는 법이다.

오승환은 이미 성실, 근면, 철저한 자기관리로는 정평이 나있는 선수다. 대표팀 생활을 함께 했던 선수들도 오승환의 성실함과 자기관리엔 혀를 내두른 적도 많다. 연습량도 최고다.

그의 생활은 온통 야구에만 맞춰져있다. 그는 “난 야구에 필요한 것만 한다. 난 야구선수다. 거기에 ’프로‘라는 글자가 붙었다. 열심히 해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시즌, 비시즌 때도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는 모든 생활들이 야구에만 맞춰있다. 시즌 때 운동을 하러 나가기 전까지는 야구에 방해되는 것들은 하지 않는다. 가장 힘을 쓰고 집중해야할 건 야구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온통 그의 삶이 야구에 대한 열정만 있는 건 아니다. 놀땐 또 화끈하게 논다. “놀땐 놀고, 운동할 땐 운동하라.” 지금의 오승환을 있게끔 한 철칙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승환은 이 약속을 2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그는 “놀땐 재미있게 노는 스타일이다. 흐트러짐? 더 쉬고 싶은 욕구? 왜 없겠나. 나도 똑같이 사람이다. 다만 ‘여기까지’라고 정해놓는다. 내가 정해놓은 대로 하면 된다. 간단하다. 생각한대로 지키면 되는 거다. 내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했다.

주변 친구들도 ‘놀러가도 해야할 건 다 하는’ 오승환의 성격을 잘 안다. “대학교 때 친구들하고 놀러가면 ‘난 튜빙(고무밴드. 보강운동을 위한 스트레칭 도구) 하고 갈게’라고 하고, 그럼 친구들은 ‘알았어. 가있을게’라고 말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 단체로 무단이탈한 적이 있었는데 애들이 내 튜빙까지 다 챙겨왔다.”

△자신감? 미리 해봐라

오승환이 자신감을 얻는 방법 한 가지 더. 예행연습을 하라고 주문한다. 물론 남들보다 더 부지런해야한다는 것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는 한가지 예를 들었다. “내일 400m 트랙 5바퀴를 시험본다고 치자. 그럼 하루 전날 남들이 하지 않을 때 미리 한 번 뛰어봐라. 그러면 내가 어느 시점에서 지치는지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어떻게 체력안배를 해야하는지가 나온다. 한 번 해놓고 나면 시험 때 자신감이 붙을 수 밖에 없다. 왜냐? 난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초행길을 가는 여행자보다 여러번 그 길을 다녔던 여행자의 시야는 더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지름길도 더 잘 알게 된다. 일단 한 번 경험을 해놓는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은 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오승환은 조언한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단순하게

물론 마운드에서는 예습이 안된다. 그럴 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오승환이 말하는 노하우다.

오승환은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차피 타자와 내가 1:1로 붙는거다. 나는 이만큼 훈련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설령 타자가 나보다 더 많이 훈련했을 수도 있지만 ’밥을 똑같이 세끼를 먹었는데 내가 질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고 맞선다”고 설명했다.

그의 입에선 좀처럼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는다. “이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딨어. 다 할 수 있어”라는 생각들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상황들도 자신의 사고로 긍정적으로 만들면 반대로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있다. 오승환은 자신이 상황에 끌려가지 않는 법을 잘알고 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단순사고법. 이런 생각들 역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오승환은 “유치하게 볼수도 있겠지만 이런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자신감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수들이 사실 맞대결할 땐 어떻게 승부해야지 보다, 이런 단순한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오승환은 예측을 싫어한다. 특히나 부정적인 예상은 독이 될 뿐이다.우리가 하는 걱정 중에 상당수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라고 했던가. 오승환은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있다. 이 역시 그가 자신감을 유지하는 비법 중 하나였다.

△비난? 내 탓하는게 제일 쉽다

어느 선수건 비난에 강한 선수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네티즌들이 단 댓글에 상처를 받는 선수들도 종종 있다.

오승환은 과연 어떨까. 그는 이제 전국민, 아니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반대로 그가 부진했을 땐 외부 비난도 관심만큼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는 비난에도 포커페이스를 할 수 있는 선수일까. 그는 다시 단순사고법에 들어갔다.

“이것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안좋았을 때는 나도 댓글을 본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또 달게 돼있다. 그런 욕을 했던 사람들에게 칭찬 한 번 받아보자.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어떤 상황을 탓하고 누구를 탓하기 보다 내 자신을 탓하면 제일 쉽다. 내가 잘못했고, 못했으니까 안좋은 것들을 쉽게 털 수 있다. 그게 방법이고 자기 처세다.”

오승환은 이미 프로선수가 된 이상, 팬들에게도 ’욕을 할 권리‘가 있고 그 욕을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난에 더 편해질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못할 땐 당연히 욕을 먹어야한다. 팬들이 야구장에 오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닌데다 돈까지 지불하고 온다. 그런 사람들은 욕해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편해진다. 욕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마운드서만 돌부처가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돌부처였다.

△도전, 내겐 즐거움이다

오승환은 이제 일본 프로야구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에 대한 한신의 기대는 매우 높다. 일본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승환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만큼 부담도 함께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일본 타자들이 워낙 컨택 능력이 좋다보니 오승환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구 레퍼토리도 더 다양해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이런 질문들에 딱 잘라 말한다. “아직 해보지 않은 거잖아요.” 오승환은 “결과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해보고 나서 평가해도 늦지 않는다. 내가 일본 타자들에게 맞고 나서, 그러고 안되면 내가 더 노력하면 되고 그때가서 바꿔도 된다. 결국 내가 책임지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는 각오? 그 역시 오승환 답게 담백하고 간단하면서도 묵직했다.

오승환은 “개인 성적보다는 팀 우승이 중요하다. 내 전성기 역시 아직 끝 아니다. 해봐야 한다. 이제 시작일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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