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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택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퍼펙트 피칭을 보여줬다. 피안타, 사사구없이 삼진 3개를 잡고 무실점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건 당연했던 일. “오현택이 과연 어떤 선수인지” 궁금해 하는 야구 팬들이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실시간 검색어엔 500계단이 넘게 상승하며 1위에 올랐다. 신곡을 발표한 가수 싸이를 누른 엄청난 기록. 이날 오현택의 핸드폰엔 그 장면을 캡쳐한 사진들과 축하 인사들이 엄청나게 쏟아졌다고 했다. 싸이를 누른 오현택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기분이 좋았다”며 웃어보였다.
특히 야구 팬들의 관심을 한 번에 사로잡은 장면이 있었다. 10회 선두타자 장성호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였다. 장성호의 타구가 오현택 정면으로 빠르게 향하지 이를 몸으로 막아섰다. 몸에 맞고 1루수 쪽으로 흐르는 볼을 다시 빠르게 잡아 1루수에 토스,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13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두산 라커에서 오현택을 마주친 홍성흔은 그 장면을 똑같이 따라했다. 홍성흔은 “어제는 나도 감동적이었다. 멋있었다. 팬클럽할 뻔 했다”며 후배의 투지와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오현택은 왜 트레이너가 그라운드에 올라오는 걸 거부했을까. 피칭에 큰 영향을 주는 다리, 허벅지 부근이라면 파스를 뿌리고 응급조치를 할 수도 있었지만 오현택은 이를 거절했다. 숨은 이유는 있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지난 캠프 때 주장 홍성흔과의 약속을 떠올렸다.
당시 홍성흔은 선수단 미팅에서 당부한 것이 있었다. 타구를 맞을 때나, 투수의 볼에 맞고 나서 의연하게 대처하자는 것이었다. 아픈 내색을 하기보다 아파도 당당하게 나서 기죽지 말자는 의미였다. 오현택은 “그때 성흔이 형의 말이 기억이 났다. 아프지도 않았고 이것 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숨은 이유는 팀의 상승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 팀이 좋은 분위기였고 아웃카운트를 잡은 상태에서 괜히 상태를 체크해 본다고 마운드에 올라오면 행여 좋은 흐름이 깨질까 걱정이 됐다. 계속 분위기를 빨리 이어가야 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