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미국 캠프, 직접 겪어보니...

  • 등록 2011-12-19 오전 11:55:28

    수정 2012-01-03 오후 9:39:29

▲ SK 마무리 훈련이 진행된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타운 메인필드. 선수들의 주루 훈련이 한창이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새로운 트렌드다. 2012년 스프링캠프 대세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있다. 9개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두산, 한화, KIA, 넥센, NC, SK 등 6개 구단이 2012 시즌 스프링캠프를 모두 미국에서 차리기로 결정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오직 넥센만이 미국에 캠프를 차렸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데일리 스타in은 지난 11월, SK 마무리 캠프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타운을 찾아 현장 취재를 했다. 열흘간의 캠프 경험을 통해 기자가 느낀 미국 캠프의 장.단점은 무엇이었을까.

◇ 훈련 시설은 최고 중의 최고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실시했던 곳이라 훈련 시설은 최상이다. 

일단 연습할 곳이 많다. 일본은 보통 정규 야구장 1면, 보조 구장 1면을 사용할 수 있지만 미국은 워낙 지역이 넓은 덕분에 야구장만 5~6개면씩 준비돼 있다. 다저타운은 크게 네 개의 야구장이 있었고 웨이트장, 실내 연습장까지 갖춰져 있었다.   일본은 야구장이 적다보니 1군부터 2군까지 모든 선수들이 몰리게 된다. 타자들은 베팅게이지에서 공을 치기 위해 10분 이상을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공을 치는 시간보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 때문에 훈련 시간은 길지만 효율성, 선수들의 집중력면에서는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 1군 투수들의 훈련이 한창인 B구장. 한 구장에 6~7명의 선수들이 쓰는 것이 보통이다. 자신의 순서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돼 효율성은 좋다.
하지만 다저타운은 SK구단이 홀로 4개의 구장을 사용했다. 한 면은 1.5군~2군 선수들의 연습게임이 이뤄졌고, 한 면은 1군 야수들의 배팅, 또 다른 구장에는 1군 투수들만 모여 훈련을 했다. 다른 곳에서는 2군 투수들이 몸을 풀고 피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총 35명의 선수들이 4개 구장을 나눠쓰니 구장당 10명도 채 되지 않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쓰고 있는 셈이었다.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코치들의 지도도 더 자세히 이뤄졌다. 

선수들은 "훈련할 장소가 너무 많아서 쉴 시간 없다"고 울상짓기도 했다. 취재기자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넓디 넓은 구장에 선수들이 모두 퍼져있어 이들을 쫒아다니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또 선수단 라커, 감독실, 회의실, 웨이트장, 재활센터 등 훈련시설도 잘 돼 있다. 일본에는 웬만한 락커가 없어 창고를 개조해 임시락커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곳은 점심식사까지 해결 할 수 있는 깨끗하고 넓은 라커가 있다. 웨이트장 옆에 있는 재활센터에는 월풀과 다양한 치료기기가 있어 선수들의 치료를 도왔다. 홍남일 SK 트레이닝 코치도 "미국처럼 시설이 잘 돼있는 곳은 없다. 시설은 일본보다 훨씬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캠프 주변에 특별히 놀 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캠프 주변은 오로지 공터다. 편의점에 가는 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거리다. 마트에 가는 것도 단체로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일본에서 흔한 이자카야? 빠찡코? 마트에서 사온 캔맥주와 안주를 들고 숙소에서 입가심하는 정도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풀 수 없어 아쉽다고 하지만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심심한 나머지 야간훈련을 스스로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분위기 전환에도 좋다. 그간 일본에서만 훈련하던 선수들에게 미국은 새로운 환경이다. 이번 겨울 사령탑이 바뀐 4팀(LG 두산 KIA SK) 모두 전임감독이 택했던 스프링캠프와 다른 곳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웨이트장에서 체력 훈련이 한창인 김광현.
슬럼프에 빠졌던 선수들에게 분위기 전환은 새 출발을 하게 하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실제 SK 김광현의 경우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재활하고 운동하니 기분이 훨씬좋아졌다. 기분 전환도 되고 새로운 마음가짐이 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최근 몇년간 엔화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올랐던 탓에 일본보다 더 싼 값에 스프링캠프를 치를 수가 있다. 미국은 왕복항공료가 3~4배가량 비싸긴 하지만 구장 임대료, 사용료, 생활비 등이 그 비용을 상쇄할 만큼 저렴하다. ◇ 너무나도 더운 날씨때문에…

날씨가 따뜻해서 좋다고? 오히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걱정이다. 한국으로 치면 한여름에 가까울 정도로 따가운 햇빛이 쨍쨍하다. 습도도 높은 편이다. 땀을 잘 안흘리는 필자조차도 가만히 있기만했을 뿐인데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1군 선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 등 몸을 푸는 시간에 썼다. 하지만 짧은 러닝에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따뜻하면 훈련하기에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일본처럼 조금을 쌀쌀한 날씨가 운동하기 좋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뛰는 양은 똑같은데 체력 소모는 더 많으니 운동량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 선수들의 의견이었다. 너무 더워도 문제인 날씨다.  
▲ 너무 더워도 문제인 날씨. 햇볕이 강해 체력적인 소모가 더 크다는 것이 선수단의 생각이다.
시차적응 문제도 크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미국이 낮이면 우리는 밤, 우리가 밤이면 미국은 낮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짧게는 이틀에서 닷새정도 시차적응 문제로 곤욕을 치른다. 캠프 초반 밤을 새고 훈련에 들어가는 선수들도 많았다. 이 기간 동안은 몸이 붕뜨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당연히 훈련에 온 힘을 집중할 수 없다. 보통 각 구단은 한 달여간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그 중 닷새를 시차적응으로 버리는 셈이다. 

꼬박 하루가 걸리는 이동시간도 은근히 부담이다. 플로리다 다저타운의 경우는 직항 노선이 없다. 미국 디트로이트를 거쳐 올랜도에서 다시 차를 타고 가야한다. 디트로이트까지 비행시간 14시간에 체류시간 3시간, 여기에 다시 올랜도까지 비행기를 갈아타고 3시간여를 가야한다. 올랜도에서 베로비치까지 버스로 다시 2시간이 걸린다. 한국 집에서 출발하면 정말 꼬박 하루를 이동시간에 쏟아야한다. 스프링캠프 내내 만들었던 몸의 밸런스와 체력이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한다. 좁은 좌석에 세 명의 선수들이 붙어앉아 간다. 행여 잠을 잘 못자게 되면 허리, 목 등 근육에 이상이 올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맘 편히 잠을 자지도 못한다. 부상선수들의 경우 부상을 더 키울 수도 있는 원인이다.   비행기 좌석을 일반석에서 비지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하더라도 20시간에 걸친 비행시간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만약 근육에 문제가 생길 경우 스프링캠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시차적응와 치료에 쏟아야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한 선수는 "이번 미국 캠프에 가기 전에 감독님이 100% 몸을 만들라고 했지만 어차피 비행기를 타고 이동만하면 몸이 다 말짱 도루묵이 된다. 110%를 만들어냐하나"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하루 종일 걸리는 이동시간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음은 잔디 문제다. 보통 미국 잔디는 일본보다 긴 편이다. 게다가 다저타운의 경우는 일본처럼 잔디관리가 잘 돼있지 않았다. 잔디가 길면 러닝 시간이 대부분인 투수들의 경우 같은 양을 뛰어도 피로도가 더 심해진다. 무릎, 허리, 발목 등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는 최악인 셈이다.   또 우리나라 인조, 천연잔디의 경우 일본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미국 잔디보다는 일본 잔디에 더 적응이 잘 돼있다는 얘기. 수비 훈련을 할 때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이유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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