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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귀인' 장재인과 '천상의 목소리' 배다해의 목소리에 세상이 취했다. 엠넷 '슈퍼스타K2'와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자의 자격')합창단에서 장재인과 배다해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면 시청자는 숨을 죽였다. 그리고 '눈'이 아닌 '귀'를 기울였다. 'MR 제거 동영상'이 등장할 정도로 가수의 노래 실력에 대해 불신이 팽배한 세상에서 장재인과 배다해의 등장은 청량음료와 같았다.
◇ 장재인·배다해가 가요계에 던진 울림…'아우라'와 '기계음 반정서'
장재인과 배다해의 등장이 가요계에 던진 울림은 컸다. 장재인은 '가수들의 감수성'을 환기시켰다. 아이돌 그룹 등 비주얼 가수의 범람 속에 노래에 가수들의 정서를 찾는 것은 화석 같은 얘기가 됐다.
하지만 장재인은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 통기타 선율 사이에 자신의 이야기를 소리로 풀어놨다. 보컬리스트로서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노래와 부르는 이가 하나의 이야기가 돼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아우라(Aura)가 비춰지는 순간이었다.
'슈퍼스타K2' 심사위원인 윤종신은 이를 두고 "통기타로 곡도 쓰고 자기 사는 이야기도 그 음에 옮기고 그런 친구들이 늘어나는데 (장)재인이가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희열 소속사 관계자는 장재인을 한영애·이은미의 뒤를 이을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지목하며 "요즘 가수들에게 보기 드문 감수성이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장재인이 가수들 아우라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면 배다해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에 대한 소중함을 환기시켰다.
가요계는 '기계음 범람'으로 가수들의 '진짜 목소리'가 오히려 '숨은 소리 찾기'가 됐다. 싸이는 이를 두고 "목소리에 기계음 효과를 내는 오토튠이 당황스러웠다"고 우려했고, 이효리도 4집을 발매하며 "기계음을 최대한 배제하려했다"고 했다. 기성가수들도 공감한 문제였다는 소리다.
한 네티즌은 "배다해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넬라 판타지아'는 자극적인 조미료와 향신료로 지쳐 있는 우리의 미각을 각성시키는 깔끔하고 향긋한 자연산 매생이국 같았다"고 평했다. '기계음에 대한 반작용'이 '배다해 앓이'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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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 통한 성장스토리"…장재인·배다해 열광 이유
장재인과 배다해가 음악으로만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에게 '슈퍼스타K2'와 '남자의 자격'을 지운다면 지금의 장재인과 배다해도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왜 시청자가 '슈퍼스타K2'에서 장재인을 그리고 '남자의 자격'에서 배다해를 더 주목했느냐다. 장재인과 배다해는 남심(男心)을 사로잡을 만큼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음악 실력 외에도 남들이 없는 '드라마'가 있다.
장재인과 배다해는 모두 치열한 성장통을 앓았다. 장재인은 학창시절 왕따 경험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연세대 성악과를 전공한 배다해는 가정 형편으로 인해 10년 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은 성악을 포기했다. 그리고 바닐라루시란 대중 가수로 돌아섰지만, 첫 음반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장재인과 배다해는 이런 과거의 상처를 다시 '노래'로 이겨냈다. 장재인은 심사위원에게, 배다해는 지휘자 박칼린에게 호된 지적을 받으면서 자신의 진가를 찾아갔다. 어렵게 성장해 온 두 사람이 노래로 일어서는 모습은 한 편의 '성장 드라마'였다. 시청자는 이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음악과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방송 이후 가요계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으로 주목받는 장재인과 배다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하게 성장했지만 가수로서의 길은 서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장재인은 '슈퍼스타K2'를 통해 얻은 대중성을 음악적 모토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스타K2' 준결승 탈락후 아직 음반 기획사와 계약을 맺기 전이지만 장재인은 인터뷰에서 "그냥 내 곡에 터치를 많이 안 하고 나한테 많이 맡겨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했다. 장재인이 하고 있는 포크 계열의 음악은 태생적으로 폭발적인 대중성을 얻기에는 한계도 있다.
장재인의 음악 스승으로 알려진 뮤지션 정원영은 장재인의 '슈퍼스타K2' 탈락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다시 자기만의 음악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됐고 앞날을 위해서도 지금쯤 돌아오는 게 좋다"는게 그의 말이다. 시키는 대로 노래해야 하는 곳에서 빨리 나와야한다는 스승의 고언이다.
반면 배다해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발판 삼아 좀 더 대중 가수의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배다해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 후 SBS 드라마 '닥터챔프' O.S.T에 참여, '유 마이 올'이란 발라드곡으로 대중 친화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클래식과 팝 음악의 퓨전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했던 배다해의 바닐라 루시 새 음반도 이전보다는 대중적인 색을 띨 예정이다.
배다해 소속사 관계자는 "새 음반은 좀 더 대중적으로 갈 생각"이라며 "신곡은 내달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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