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진단①]대중문화 콘텐츠 '재활용' 일색...창작은 죽었다

  • 등록 2008-11-14 오후 1:29:57

    수정 2008-11-14 오후 4:27:35

▲ 시계 방향으로 '종합병원2', '바람의 화원', '미인도', '앤티크'

[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리메이크 바람은 이제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동시에 순수창작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리메이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순수창작이 소외받고 있는 지금의 현상은 분명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요계에는 빅뱅의 ‘붉은 노을’, 동방신기의 ‘잊혀진 계절’,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좋은 날’, 테이의 ‘달팽이’ 등 많은 리메이크 곡들이 주목받고 있으며 안방극장에서도 SBS '바람의 화원', KBS2TV '바람의 나라' 등 소설 및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토벤 바이러스' 후속으로 19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종합병원2'와 기획 단계에 있는 '사랑이 꽃피는 나무2' 등 20년 전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들의 속편도 속속 제작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영화나 뮤지컬 쪽도 마찬가지다. 영화 ‘미인도’ ‘서양골동양과자점’ ‘아내가 결혼했다’ 등도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대거 극장에 걸렸으며,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라디오스타’ ‘싱글즈’ 등도 흥행영화를 뮤지컬 무대로 옮긴 ‘무비컬’이다. 가요,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리메이크 작품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리메이크 열풍은 경제 위기라는 시장 요소와 관계가 깊다.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 상황으로 인해 위험부담이 적은 리메이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리메이크 곡은 창작곡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몸값 비싼 작곡가나 작사가에게 곡을 의뢰하면 수백만 원씩 지불해야 하는데 그렇게 지불하고 곡을 받아도 대박이 터지리란 보장이 없다. 리메이크 곡은 비용 절감은 물론 실패 확률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선호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적으로 리메이크 작품들은 홍보에 있어서도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창작물의 경우 그 작품을 이해시키거나 알리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리메이크는 성공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다 손쉽게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제작자들 사이 이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의 리메이크 열풍을 경제적인 가치가 아닌, 창작의 빈곤이라는 측에서 바라본다면 문제는 또 다르다. 실제 연예계 안팎에서는 최근의 현상을 '아이디어 고갈'로 규정 짓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년간 아이디어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할리우드는 시리즈물이나 리메이크 영화만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리메이크가 강세인 한국의 현 상황 역시 순수창작의 부재 즉, 창작력의 빈곤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순수창작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대중문화의 빈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문화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 대표는 “반찬 같은 역할을 해야 할 리메이크가 어느 순간 밥이 돼버렸다"며 "게다가 리메이크 또한 기존 작품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중들은 늘 같은 음식만 먹다 보니 싫증이 난 상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중들이 우리 문화를 외면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고 우려를 표했다.

드라마 ‘돌아온 뚝배기’는 방영 전 세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해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했다. 이는 기존 히트작을 단순히 재연하는 데만 그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공한 리메이크 작품들을 보면 일정 부분 창작이 개입돼 있고 어느 경우엔 그 몫이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순수창작의 부재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시계 방향으로 빅뱅, 동방신기, 테이, 브라운아이드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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