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채원 이어 김지후 자살 '충격'...성적 소수자, 악플로 두 번 운다

  • 등록 2008-10-08 오후 1:57:12

    수정 2008-10-08 오후 1:58:52

▲ 故 장채원 씨(왼쪽)와 故 김지후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성적 소수자 두 명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지난 3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故 장채원 씨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던 트랜스젠더였다. 장채원 씨는 지난해 SBS ‘진실게임’에 출연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었다.

7일 숨진 채 발견된 모델 겸 배우 故 김지후도 국내 최초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케이블채널 tvN의 ‘커밍아웃’에 출연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바 있다.

연예인 하리수와 홍석천 등의 영향으로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변화됐으나 여전히 성적 소수자들은 주위의 시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김지후는 아직 정확한 자살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장채원 씨는 경찰 조사 결과 이성 문제로 고민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두 사람 모두 생전 자신에 대한 악성 댓글로 괴로워했던 사실이 측근들에 의해 드러나면서 또 한 번 악성 댓글, 특히 성적 소수자에 대한 냉혹한 시선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두 고인은 성적 소수자라는 사실을 굳이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됐지만 용감하게 대중들 앞에 나서 ‘커밍아웃’을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따뜻한 한 마디보다 차가운 시선이 더 컸다.

방송 이후 두 사람에게는 “힘내라”, “용기가 대단하다”는 격려도 쏟아졌지만 그보다 심한 비난과 악성 댓글들이 뒤따랐다. 이들은 용기 있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린 것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로부터 악의에 찬 욕설을 들어야 했다.

또 김지후의 경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커밍아웃’ 출연 이후 연예기획사와의 전속 계약이 무산됐던 사실을 말하기도 했다. 실제 김지후는 최근까지도 매니저 없이 연예계 생활을 해왔다. 당시 '커밍아웃'의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홍석천에게는 성정체성을 공개한 이후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악성 댓글이 연예인 및 유명인들의 자살에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의 마음을 약해지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회의 편견과도 맞서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성적 소수자들은 그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악성 댓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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