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생 10대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끄는 주연으로 스크린과 TV,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를 종횡무진 누비며 콘텐츠 세대교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
|
지난 2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 ‘제8일의 밤’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렸다. 공개 후 넷플릭스 한국 영화 순위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방글라데시,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에서 ‘오늘의 콘텐츠 TOP 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
탕준상은 최근 방영 중인 ‘라켓소년단’에서 주인공인 야구부 출신 도시소년 윤해강 역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극 중 나이가 실제보다 어린 열여섯이지만, 실제 중학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말투와 눈빛, 실제 선수를 방불케 할 배드민턴 연기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나이는 어려도 일찍 아역으로 데뷔해 10년이 넘는 연기 생활로 웬만한 성인 연기자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내공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남다름은 2009년 7세에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김현중 분)의 아역으로 데뷔해 얼굴을 알렸다. 주로 남자주인공의 아역을 도맡아온 그는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2010), ‘즐거운 나의 집’, ‘동이’, ‘추적자’(2012), ‘하트 투 하트’(2015), ‘육룡이 나르샤’(2016) 주인공의 아역으로 출연하며 꾸준한 연기 행보를 펼쳤다.
이후 남다름은 2019년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아들의 이름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으로 데뷔 10년 만에 첫 드라마 주연을 달았다. 선호 역을 맡아 학교 폭력 피해자의 심리와 감정을 잘 표현했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반의반’, ‘스타트업’에서 정해인, 김선호의 아역으로 호연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
한 제작사 관계자는 “탕준상이 주연으로 활약한 ‘라켓소년단’과 ‘무브 투 헤븐’은 장르는 달라도 사연을 지닌 청소년들이 극의 중심을 이끌며, 청년층의 공감대를 형성할 성장물의 성격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청년기로 안착한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남다름에 대해선 “기존까지 남자주인공의 아역을 맡으며 주로 어둡거나 까칠한 면모들을 많이 보여왔는데 ‘제8일의 밤’으로 완전히 다른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들로 변신을 준 점이 주연으로서 인상적인 존재감을 선사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성인을 앞두고 ‘아역’ 시절 이미지를 깨지 못해 긴 공백기를 가지는 배우들이 많은데 이들은 공백기 없이 여러 작품에 등장해 자연스레 청년 배우로 성장했다는 것도 다른 배우들과 다른 점”이라고도 덧붙였다.
그 비결로 변화한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넓어진 작품 선택의 폭,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 장르에 얽매이지 않은 두 사람의 꾸준한 다작 경험을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공희정 평론가는 “TV와 극장을 넘어 유튜브,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로 플랫폼들이 다변화되면서 과거보다 다양한 연령층을 대변하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콘텐츠의 주력 시청층이 MZ세대(19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합쳐 이르는 말) 젊은이들로 옮아가면서 이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10대 배우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인 연기자의 어린 시절 배역이 아니더라도 10대 배우들이 선택할 장르, 배역의 선택지가 훨씬 넓고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아역’ 이미지를 과거보다 쉽게 벗을 수 있던 것도 한 몫한다”면서도 “무엇보다 꾸준한 다작과 연기 훈련으로 그렇게 자신들에게 열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두 배우의 열정이 가장 큰 성장 요인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