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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이 거의 1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인 ‘엄마’, 모정에 관한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서다. 조혜련은 26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에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는데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우리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며 “내가 이 연극을 통해서 위로받고 치유받은 것을 더 많은 관객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혜련은 이날 방송된 KBS1 교양 ‘아침마당-화요초대석’에 류필립과 출연했다. 조혜련은 내달 막 오르는 연극 ‘사랑해 엄마’로 류필립과 무대에 선다. 이 연극에서 류필립과 모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다. 조혜련은 이날 방송에서 연극에 참여한 계기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불우했던 유년 및 학창 시절을 예능인답게 밝게 이야기하는 조혜련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혜련의 애틋한 사연은 방송 후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조혜련은 “개그우먼으로 열심히 달렸는데 나이가 50이 되다 보니 남은 인생은 진짜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요즘 연극을 하면서 ‘내가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더 많은 후배들과 이런 시간,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고 바랐다.
-연극 ‘사랑해 엄마’를 하게 된 계기는.
△후배 연기자가 추천해서 남편과 공연을 보러 갔다. 내용도 모르고 갔는데 완전 눈물바다더라. 우리도 펑펑 울었다. 연극을 보면서 엄마에 대한 생각, 자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서경석과 했던 ‘울엄마’도 떠올랐다. 남편과 동시에 생각한 게 철동(극중 배역)이 엄마를 내가 해야 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날이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 좋은 이야기를 수면 위로 떠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가 직접 하게 됐다.
-직업은 개그우먼이지만 사실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얼마 만의 연극 무대인가.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 소감은.
△뮤지컬은 얼마 전에 ‘메노포즈’를 했는데 연극은 2005년, 2006년께 진경, 김성령과 같이 했던 ‘여자 아트’ 이후 거의 15년 만이다. 진짜 매우 설렌다. 매일 현장에 나가서 김경란씨, 손진영씨, 박슬기씨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출연자 한 명 한 명이 연습에 정말 매진하고 있다. 실전같이 연습하면서 눈물 펑펑 날 때 ‘요맛이지’ 생각한다.
△어릴 때에는 사람(형제)이 많다는 게 사실은 이해가 안됐다. 친구 집에 놀러 가면 형제가 2명 정도니까 뭐랄까 집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게 부러웠다. 친구들의 도시락 속 햄, 소시지 반찬도 부러웠던 것 같다. 집에 와서 그런 얘기하면 낳아준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고 하니까 불만이 많았다(웃음). 그런데 내가 나이 들어 엄마가 돼보니 그렇게 산 엄마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다 포기하고 싶었을 텐데 우리 가족을 지켜냈다. 내가 엄마였으면 우리 엄마처럼 할 수 있었을까. 못했을 거다.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를 능가하는 여성으로, 나의 매우 절친이다. 엄마가 옛날 이야기를 하시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마다 살게 굴지 못하고 ‘뭘’ 이러면서 툭툭 내뱉곤 했는데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그래도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거다.
-시청자 중에 오늘 방송을 받고 ‘아픔과 시련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조혜련을 응원한다’고 하더라.
-개그우먼에 뮤지컬배우에 연극배우까지. 조혜련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집에서는 아들이길 바랐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딸로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을 향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살아남아야 해’ ‘도전해야 해’가 됐던 것 같다. 그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고 버겁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지치지 않고 노력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 것 같다.
-향후 계획은.
△‘사랑해 엄마’ 연습을 잘 마치고 공연을 잘 올려서 ‘사랑해 엄마’가 ‘친정엄마’를 잇는 또 하나의 감동 스토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조혜련이 출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는 오는 4월5일부터 6월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열린다. 조혜련·정애연·류필립·김경란·손진영·박슬기·홍가람·임종혁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