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정이도 작가 “조성하 독백신, A4 5장 분량 대사” 극찬(인터뷰②)

  • 등록 2017-09-23 오후 1:51:00

    수정 2017-09-23 오후 4:00:45

사진=‘구해줘’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첫 작품부터 문제적 드라마다. 24일 종영하는 케이블채널 OCN 토일 미니시리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다. 사이비 종교를 중심으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이야기한다. 신선한 소재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호평 받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 히든시퀀스의 초대작으로, 정이도 작가와 김성수 감독의 첫 드라마다.

그 가운데 정 작가는 OCN과 특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한예종 극작과 출신으로 2012년 OCN 초대 공모전 수상자다. 당시 성수대교 참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썼다. 사회적 이슈와 드라마를 결합시키는 정 작가의 뚜렷한 색깔을 읽을 수 있다. ’구해줘‘ 역시 그가 조금산 작가의 웹툰 ’세상 밖으로‘에 매료되면서 시작된 작품이다. ’사이비 종교 드라마‘라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연 정 작가를 만나봤다.

(인터뷰①에서 이어) ―극중 사이비 종교인 구선원 신도들이 사용하는 “믿습니다. 될지어다”는 원작에 없는 대사다. 어떻게 탄생했나.

△드라마를 대표하는 대사가 있으면 했다. 처음 대사로만 들었을 땐 입에 붙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애착이 있었다. 배우들이 잘 살려줬다. 신도들의 간절한 바람도 거기에 녹아 있어서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구출이 될지어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양팔을 벌리거나 들거나 등등 액션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단순하게 양손을 모으는 게 가장 좋았다.

―구선원 내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대사가 일상적이지 않다. 대본을 쓰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너무 낯설면 시청자가 거리감을 느낄 것 같고, 너무 쉬우면 특색이 없을 것 같았다. 그 사이에서 집중이 될 수 있는 단어나 대사에 공을 많이 들였다. ’영부‘나 ’영모‘는 창작한 말이지만, ’사도‘처럼 기존 종교에서 가져온 것도 있다. 사이비 자체가 원래 있는 종교에서 살짝 비튼 것이지 않나. 그런 원리를 따랐다. 아쉬운 대사도 있다. 한상환(옥택연 분)이 석동철(우도환 분)에게 말하는 “어깨 피라~”가 그렇다. 무뚝뚝한 말투이지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길 바랐다. 그런 그 마음이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2회에서 구선원 교주 백정기(조성하 분)가 장례식장에 나타나 눈물 어린 거짓 설교로 임상미(서예지 분)의 가족을 현혹시키는 장면이 있다. 백정기의 독백에 힘을 줘야 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지 않나. 임상미 가족처럼 시청자도 백정기에게 홀렸으면 했다. 그걸 연기하는 조성하 선배도 쉽지 않았을 거다. 대사 분량이 A4 용지 5장이었다. A4 용지 5장을 테이프로 모두 연결한 다음에 대사 하나 하나 꼼꼼하게 연구했다. 정말 대단한단 생각이 들었다.

사진=히든 시퀀스
―영부 백정기 역의 조성하가 ’구해줘‘로 재평가되고 있다. 교주인 백정기의 대사들은 어떻게 탄생했나.

△자료를 조사해보면 실제 사이비 종교 교주들이 쓰는 말은 유치하다. 저런 말로 어떻게 사람을 현혹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걸 고스란히 가져올 순 없었다. 드라마에 맞게끔, 현실보단 좀 더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조성하 선배가 대사를 정말 꼼꼼히 연구했다. 의견도 많이 나눴다.

―14회에서 임상미가 방언이 터진 척 연기하는 장면이 이른바 ‘엘렐레레’신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대본에는 “방언이 터졌다”라고 지문만 적혀 있었다고.

△방언을 규정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극중 서예지, 조성하, 정해균 세 배우가 방연 연기를 하는데 본인의 몫으로 남겨뒀다. 모두 배우들의 역량이다. 특히 임상미의 방언 신을 쓰면서 “여배우의 방언 장면이 한국 드라마에 있던 적이 있었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라 충격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서예지 씨가 잘 살려줬다.

―초반에는 임상미를 향한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답답한 여주인공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주체적인 인물로 변모했다.

△임상미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끝까지 잘 해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서예지 씨는 끊임없이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렇게 하면서 점점 더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변했다. 임상미 캐릭터는 서예지 씨의 공이 크다.

―백정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강 사도 역의 박지영도 인상적이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아름다운 여배우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박지영 선배는 책을 정말 많이 읽는다. 독서량이 어마어마하다. 영화·드라마도 다 꿰고 있다. 때문인지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있다. 덕분에 강 사도가 훨씬 매력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 (인터뷰③으로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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