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의 역설, 스피드업 보다 컨텐츠다

  • 등록 2015-05-05 오전 10:34:14

    수정 2015-05-05 오후 4:55:41

만원사례를 이룬 대전구장. 사진=한화 이글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단호했다. 스피드업 없이는 흥행도 없다고 했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각종 규제를 발표할 때 이야기다.

늘어지는 경기 시간은 KBO리그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도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 깊은 고민을 했고, 나름의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시즌이 시작된 뒤 흥미로운 반란(?)이 일어났다. 경기 시간과 흥행이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5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가 주인공이다.

한화는 어린이날이던 5일까지 6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대전구장 신기록을 세웠다.

야구장에만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다. 중계 시청률에서도 효자팀이 된지 오래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조사결과에 따르면 1일(금) SBS스포츠에서 생중계 된 KIA 와 한화의 경기는 2.44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때까진 이 기록이 최고였다.

황금 연휴엔 새로운 기록이 쓰여졌다. 1일 열린 같은 경기는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서 2.80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TNmS의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일 열린 한화의 롯데 경기 역시 2.3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케이블 채널 대박 기준인 1%를 거의 3배 가까이 뛰어넘은 것이다.

흥행의 새로운 강자 한화가 전통의 강자 KIA와 롯데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드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시청률이 치솟았다.

중요한 건 그런 한화의 경기 시간은 반대로 가장 길다는 점이다. 4일 현재 한화의 경기 시간은 평균 3시간36분이다. 가장 짧은 삼성 보다 26분이나 길다. 올 시즌 최장 시간인 4시간49분 기록도 한화가 갖고 있다.

흥행에 있어 시간 못지 않게 컨텐츠가 중요함을 증명하는 숫자다.

한화는 만년 꼴찌팀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 체제를 맞은 뒤 이야기가 달라졌다. 매 경기 쉽게 물러서는 경우가 없다. 늘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끝날때 까진 끝난게 아닌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엔 지옥훈련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이없는 플레이를 남발하던 한화 선수들은 이제 안정감 있는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그게 안되는 날은 여지없이 특훈이 이어진다. 단순한 야구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팬심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한화 야구가 특별히 재미있어진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플레이가 달라지고 그 속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진다. 이제 각 방송사의 중계 선택 기준은 한화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스피드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컨텐츠임을 잊어선 안된다. 수준 높고 의미 있는 플레이만이 팬들의 시선을 야구장으로 모을 수 있다. 한화의 흥행 열풍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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