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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프로야구 10년을 하면서 이렇게 시차적응이란 게 힘들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나 말고도 다 고생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들 좀 예민해져 있는 것 같다. 아프지 않은 선수도 없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숙소도 한 영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시설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렇다. 호텔은 정말 모든 면에서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방과 방 사이가 너무 멀다. 풀장을 가운데 두고 2층 건물이 빙 둘러쌓여 있는데 다른 방이 어디 있는 지 찾기 힘들 정도로 넓고 복잡하다.
거짓말 좀 보태면 내 방에서 다른 방 놀러가려면 한 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가끔 풀장 저 너머로 우리 선수들이 보이면 막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할 정도다. 서로 무지 반가워한다.
워낙 외진 곳에 있어 스트레스 풀 길은 서로 얼굴 맞대고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인데 방들이 워낙 멀다보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뭐, 근우가 덩치가 작으니 침대가 하나 뿐이더라도 문제는 없을거다. 방도 워낙 넓고.ㅎㅎ.
사실 무서운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외로워서일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다.
이제 내일(14일)이면 샌디에이고로 숙소를 옮긴다. 다행히 시내에 위치한 호텔이라고 하니 스트레스 풀기엔 좀 나을 것 같다. 어디 아이 쇼핑이라도 좀 다녀오고 하면 한결 몸도 마음도 가벼워질테니 말이다.
달라진 분위기가 나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모두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진영의 WBC 일기'는 이진영 선수가 직접 구술한 내용을 정철우 기자가 정리한 것입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이 그랬던 것 처럼 'WBC 일기'가 대회를 즐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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