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WBC 일기⑩]시차적응 왜 어려울까 생각해보니...

  • 등록 2009-03-13 오후 1:25:21

    수정 2009-03-13 오후 3:41:00

▲ 정근우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프로야구 10년을 하면서 이렇게 시차적응이란 게 힘들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나 말고도 다 고생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들 좀 예민해져 있는 것 같다. 아프지 않은 선수도 없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숙소도 한 영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시설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렇다. 호텔은 정말 모든 면에서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방과 방 사이가 너무 멀다. 풀장을 가운데 두고 2층 건물이 빙 둘러쌓여 있는데 다른 방이 어디 있는 지 찾기 힘들 정도로 넓고 복잡하다.

거짓말 좀 보태면 내 방에서 다른 방 놀러가려면 한 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가끔 풀장 저 너머로 우리 선수들이 보이면 막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할 정도다. 서로 무지 반가워한다.

워낙 외진 곳에 있어 스트레스 풀 길은 서로 얼굴 맞대고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인데 방들이 워낙 멀다보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몸들이 찌뿌등하고 무거워 더 그렇다. 이리 저리 찾아가 다른 선수방에 가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진짜 잠 안올 땐 모여 앉아 수다떠는게 최곤데...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밤엔 좀 무섭다. 결국 (정)근우는 요즘 (김)태균이 방에서 잔다. 태균이가 같이 자자고 했다는 것 같더라.

뭐, 근우가 덩치가 작으니 침대가 하나 뿐이더라도 문제는 없을거다. 방도 워낙 넓고.ㅎㅎ.

사실 무서운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외로워서일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다.

이제 내일(14일)이면 샌디에이고로 숙소를 옮긴다. 다행히 시내에 위치한 호텔이라고 하니 스트레스 풀기엔 좀 나을 것 같다. 어디 아이 쇼핑이라도 좀 다녀오고 하면 한결 몸도 마음도 가벼워질테니 말이다.

달라진 분위기가 나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모두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진영의 WBC 일기'는 이진영 선수가 직접 구술한 내용을 정철우 기자가 정리한 것입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이 그랬던 것 처럼 'WBC 일기'가 대회를 즐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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