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박희순 "단순조폭 NO, 반칙 쓰는 인물 풍자하고 싶었다"

  • 등록 2009-02-16 오후 2:46:52

    수정 2009-02-16 오후 2:48:37

▲ 박희순(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박희순은 ‘작전’을 통해 처음 영화 포스터 전면에 등장했다. 극단 목화에서 20대를 보낸 뒤 2002년 서른이 넘어 영화판으로 건너온 지 7년만이다.
 
박희순은 2004년 영화 ‘가족’에서 수애를 괴롭히는 조폭 창원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이후 ‘남극일기’, ‘러브토크’, ‘바보’,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것은 2007년 출연작 ‘세븐데이즈’가 처음이었다. 박희순은 ‘세븐데이즈’에서 능청스러운 열혈 형사 김성열로 분해 영화의 300만 흥행에 일조하는 동시에 대중의 기억 속에 박희순이라는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또한 이 작품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영화배우로서 새로운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선 건 이번 영화 ‘작전'이 처음이다.

12일 개봉한 이호재 감독의 데뷔작 ‘작전’은 증권가에서 주가조작을 통해 시세차액을 노리는 소위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박희순은 이 작품에서 600억 한탕을 노리는 작전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황종구 역을 맡았다. 황종구는 아파트 재개발과 연관된 폭력조직에 있다가 '독가스'라는 자신의 별칭을 따 DGS홀딩스라는 회사를 차려 나름대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다.

박희순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척하는 인간들, 반칙 쓰고 속임수 쓰고 남의 뒤통수 치고 이런 인간들이 너무 많다”며 양미간을 찌푸렸다. 영화 ‘작전’에서 자신이 맡은 황종구에 대한 캐릭터 설명을 부탁하자 대뜸 나온 말이었다.

박희순은 “황종구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나왔던 전형적인 조폭 캐릭터였다면 출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못 박았다. 이호재 감독은 무식하고 단순해 보이는 조폭의 모습을 바랐지만 박희순의 생각은 달랐다. 박희순은 황종구를 통해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세련된 척 위선을 떨지만 결국 허위의식으로 가득 찬 캐릭터를 원했다.

“뒤에서 폭력을 휘두르면서 앞에서는 고상한 척, 혹은 유식한 척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 자기 욕망의 실현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앞에서는 아닌 척 하는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박희순은 이에 대해 이호재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감독과 캐릭터의 절충점을 찾았다.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오직 폭력으로만 일을 해결하려 했던 처음의 황종구는 그런 가운데 2500만원 짜리 시계를 차고 100만원이 넘는 안경테 너머로 강현수(박용하 분)의 차트 분석을 지켜보는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덕분에 ‘작전’에서 황종구는 육두문자를 내뱉으면서도 순간 ‘오케이 여기까지’를 외치며 자기보다 학벌이 높은 주변인들을 압도할 수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등장하게 됐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생생한 캐릭터’였다.
▲ 박희순(사진=김정욱 기자)



박희순은 단순히 황종구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작전’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식이라는 소재가 경제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고 인생 최고의 가치가 돈이 되어버린 우리시대의 한 단면을 담아낸 시나리오에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다.

시대를 반영하고 풍자하는 것이 영화의 또 다른 기능이라 생각하고 있는 박희순은 그래서 요즘 한국영화계가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시사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가 드물기 때문이란다. 그런 박희순의 말에는 ‘작전’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숨어있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언론시사회와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이 ‘황종구’에 쏠리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황종구의 캐릭터와 영화에 대해 말하며 자신감 넘치던 목소리는 어느덧 작아지고 만다.
 
박희순은 쑥스러운 듯 “어떤 네티즌들은 ‘작전’의 제 연기를 보고 이제 욕 연기만큼은 제가 송강호 선배를 능가한다고 해 기분이 묘했다”고 말하고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진=김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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