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불량캐릭터①]'무능' 봉태규-'마마보이' 윤상현...불량의 전형

  • 등록 2008-08-28 오후 1:19:39

    수정 2008-08-28 오후 1:20:49

▲ '불량 남편' 대표 캐릭터의 배우들. 봉태규 윤상현 안내상 오대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그들은 못됐다. 남을 도와주기는커녕 힘들게 한다. 온화한 표정으로 상대를 보기보다 '어떻게하면 골려줄까?' 혹은 '무엇으로 괴롭힐까' 하는 표정으로 상대를 째려보기 일쑤다.

남들에게 모범적이기보다 되려 피해를 주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불량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이들이 있어야 TV는 재미있다.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갈등도 일어나고 이들 때문에 주인공들이 정당성을 얻는다.

최근 TV 속에서 '불량한 모습'으로 나오며 시청자들의 손가락질과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는 캐릭터들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아내’가 주인공인 드라마, 그 속에서 그려지는 ‘남편’들은 불량하기 일쑤다.

세상에 많고 많은 부부들이 있고 그들 중에는 행복한 사람들도 상당수일 텐데 그런 드라마들에서는 어쩜 그렇게 불량 남편들만 골라 그려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불량 남편들은 일부 남자 시청자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을 얻기도 하지만 대체로 여자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의 공적으로 몰려 심하게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을 부각시키고 그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드라마 속 불량 남편들의 캐릭터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바람 피는 남편’과 ‘마마보이 남편’, ‘무능력한 남편’이다. 최근 방영됐거나 방송 중인 드라마에서 불량 남편 대표 캐릭터들을 꼽아봤다.

◇ 무능한 남편-'워킹맘' 봉태규

‘무능한 남편’의 전형으로 SBS 수목드라마 ‘워킹맘’에서 봉태규가 연기하는 박재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무능한 남편’은 뚜렷한 직업이 없어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거나 일에 실패하고 사회적으로 좌절을 맛본 뒤 폐인이 돼 하는 일 없이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는 캐릭터가 많았다.

그러나 ‘워킹맘’의 박재성은 드라마 초반 직장 상사였던 최가영(염정아 분)을 임신시켜 결혼한 뒤 집에 들여앉히고 자신은 직장에 다니며 가장노릇을 했으니 ‘무능’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박재성은 회사에서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급기야 쫓겨나듯 회사를 나오기까지 했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도 아니고 회사 동기인 고은지(차예련 분)와 데이트를 즐기다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다. 남편, 가장이랍시고 목에 힘을 주고 권위를 부렸지만 결국 이혼도 당했다. 그리고 27일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혼한 아내가 두 아들과 살고 있는 집의 가사도우미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마저도 제대로 못한다.

◇ 마마보이-'겨울새' 윤상현

지난 3월 종영된 MBC ‘겨울새’에서 윤상현이 연기한 주경우는 ‘답이 안나오는’ 마마보이였다. 이 드라마에서 주경우에게 붙은 별명이 ‘찌질이’였을 정도다.

극중 주경우는 일류대 피부과 레지던트이며 겉으로는 예의바르고 부드러우며 착한 남자로 보인다. 하지만 주장이 강하고 과도한 애정을 요구하는 엄마에게 길들여진 지독한 마마보이다. 박영은(박선영 분)을 사랑해 결혼을 하지만 아내의 말보다는 엄마의 말이 우선이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서도 말 한마디 못한다.

이러한 주경우의 캐릭터는 보는 시청자들도 답답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어머니 앞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한마디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아내를 힘들게 했으니 남자 시청자들마저 ‘해도 너무한다’며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수목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의 남자 주인공으로 아내 이애리(한은정 분)와 이혼 소송 중인 한민국(이성재 분)도 능력 있는 사업가이지만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드센 어머니 때문에 마마보이 캐릭터가 이혼의 문제였던 듯한 인상을 줘 눈길을 끌고 있다.

◇ 바람 피는 남편-'조강지처클럽' 안내상·오대규

그동안 드라마에서 가장 대표적인 ‘불량 남편’ 캐릭터는 바람 피는 남편이었다. 조강지처를 버려두고 외도를 하며, 걸핏하면 아내를 무시했으니 주부들이 주요 시청자인 드라마에서 ‘공적’이 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바람 피는 남편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드라마에서 등장했지만 요즘 이 계보를 잇고 있는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SBS 주말 특별기획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한원수(안내상 분)와 이기적(오대규 분)을 꼽을 수 있다.

극중 한원수는 아내 나화신(오현경 분)과 살다 연상녀이자 유부녀인 모지란(김희정 분)과 눈이 맞아 이혼을 한 인물. 또 이기적은 나화신의 친구이자 한원수의 동생 한복수(김혜선 분)의 남편이지만 아내를 여자 취급도 안하며 첫사랑이었던 정나미(변정민 분)에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원수와 이기적은 전 아내들로부터 앙갚음을 당하는 상황이어서 주부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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