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도 솔샤르 처럼...'한번의 터치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

  • 등록 2008-05-19 오후 2:06:58

    수정 2008-05-19 오후 2:20:49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오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의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앞두고 국내 팬들의 관심은 박지성(맨유)의 출전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단 영국 현지 언론 등에서 전하는 분위기는 좋다. 박지성이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는 것을 넘어 ‘백전 노장’ 라이언 긱스를 제치고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는 것까지 기대할 만한 정도다.

하지만 ‘베스트 11’으로 ‘꿈의 무대’를 밟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컨디션 등을 최종적으로 체크, 경기 당일에야 스타팅 멤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타임즈’지도 19일 박지성을 비롯 긱스, 오언 하그리브스, 안데르손, 나니, 카를로스 테베스가 스타팅 멤버의 두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고 전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한번의 터치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솔샤르에게 물어보라'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요한 것은 선발 출전을 떠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비록 벤치에 앉더라도 의기소침해 하지 말고 기회가 올 때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는 지난 1996년 맨유에 입단, 무릎 부상으로 지난 해 은퇴한 이후에도 맨유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다. 216경기에 출전, 모두 126골이나 넣은 대단한 골게터지만 사실 그는 주로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단 1999년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19분을 남겨 놓고 투입돼 4골을 몰아넣는 등 중요한 순간 한방을 터뜨리는 ‘특급 해결사’였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팬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도 맨유가 트레블을 완성한 199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바이에른 뮌헨전, 2-1승) 활약이다. 당시 교체 멤버로 투입된 솔샤르는 후반 인저리 타임에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맨유를 유럽 축구 정상에 끌어 올렸다. ‘타임즈’지는 이 골로 솔샤르는 맨유의 레전드 반열에 올랐고, 은퇴 후 맨유 코치로 남을 만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솔샤르 또한 “그때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요즘도 팬들이 당시 골을 떠올리며 인생 최고의 밤을 선사해 감사한다고 말할 때면 맨유 역사에 얼마나 중요한 순간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고 기억하고 있다. ‘타임즈’지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펼치는 활약이 선수의 유산을 바꿀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 한다.

박지성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의미있는 지적이다. 무릎 수술과 지루하고 힘든 재활 훈련을 거쳐 시즌 중반부터 그라운드에 복귀, 막판에는 주전급으로 오뚝이처럼 일어선 박지성이지만 여전히 그는 맨유의 확실한 ‘베스트 11’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시즌 기록도 1골 1도움에 그쳐 현지 언론과 팬들의 주목도 또한 현저하게 떨어진다. 위건과의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도 스타팅 멤버로 출전, 공수에서 활약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그 대신 교체 멤버로 들어가 추가골을 터뜨린 긱스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첼시와 결승에서 선발이든 교체 멤버든 그라운드에 나서 맨유의 유럽 제패에 기여하는 장면을 보일 경우 그에 대한 인식이나 위상을 일거에 바꿀 수 있다. 한 방이면 된다. 그리고 기회도 올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이 솔샤르처럼 맨유 역사에 기록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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