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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홀로코스트생존자재단(HSF)은 1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조너던 글레이저 감독에게 항의하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게재했다.
‘조너던 글레이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란 제목의 이 글은 이 단체의 데이비드 섀스터 회장 명의로 배포됐다. 섀스터 회장은 “나는 아우슈비츠 지옥에서 3년 가까이, 부헨발트 지옥에서 1년 가까이 버티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며 “나는 지난 일요일 밤 당신이 오스카 시상식 연단에서 무고한 이스라엘인을 향한 하마스의 광적인 잔인성과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어렵지만 필수적인 정당방위를 동일시한 것을 괴로움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당신의 발언은 사실에 비춰 부정확하고 도덕적으로도 옹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글레이저 감독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우리는 지금 그들의 유대인성과 홀로코스트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분쟁으로 이끈 점령에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로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섀스터 회장은 이에 대해 “당신이 말하는 점령은 홀로코스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유대인의 존재와 이스라엘 땅에서 살 권리는 홀로코스트보다 수백 년 앞선 것으로 오늘날 정치·지리적 상황은 유대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길 거부한 과거 아랍 지도자들이 일으켰던 전쟁의 직접적 결과”라고 반박했다.
글레이저 감독의 이같은 소감은 또 다른 미국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의 비난을 낳기도 했다. 이 단체 역시 “글레이저의 발언은 가장 끔찍한 종류의 테러리즘을 변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 사는 수용소 지휘관 가족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 가족의 시선을 통해 수용소 내에서 벌어진 끔찍한 만행의 실상과 잔혹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이끌었다. 국내에선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