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유의 동료애, 튀르키예 3쿠션 베테랑 깨운 원동력

  • 등록 2024-03-04 오전 11:44:15

    수정 2024-03-04 오전 11:44:15

프로당구 PBA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무라트 나지 초클루. 사진=PBA 사무국
무라트 나지 초클루가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둔 채 아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사무국
첫 프로당구 PBA 우승을 확정지은 뒤 큐를 들어 세리머니를 하는 무라트 나지 초클루. 사진=PBA 사무국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동료들이 저에게 월드챔피언십에 같이 가자고 응원해줬어요. 팀원들이 아니었다면 우승은 결코 없었을 겁니다”

튀르키예에서 온 ‘3쿠션 백전노장’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는 생애 프로당구 우승을 이룬 뒤 팀리그 동료들에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한국 특유의 동료애에 깊이 빠진 모습이었다.

초클루는 3일 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의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4’ 결승서 ‘베트남 특급’ 응우옌꾸옥응우옌(응우옌·하나카드)을 세트스코어 4-2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와 상금 1억원을 차지했다.

초클루는 지난해 6월 시즌 개막전(경주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을 통해 PBA에 데뷔했다. 기대와 달리 슬럼프가 길었다. 이 대회 전까지만 해도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초클루는 이번 우승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상금랭킹 종전 68위(500만원)서 8위(1억500만원)로 점프, 상금랭킹 상위 32위까지 주어지는 ‘PBA 월드챔피언십’ 출전 티켓을 차지했다. 아울러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 세미 사이그너(휴온스)에 이은 세 번째 ‘튀르키예 출신 챔피언’이 됐다.

초클루는 프로당구 PBA에 오기 전에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강자였다. 세미 사이그너, 타이푼 타스데미르와 함께 오랫동안 ‘튀르키예 3인방’으로 불렸다. 2015년 이스탄불과 2016년 프랑스 라불에서 두 차례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랬던 초클루는 지난해 전격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뒤따랐다.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50을 바라보는 다소 늦은 나이에 큰 결심을 했다.

새로운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이번 우승 전까지 개인 투어 8차례 대회에서 최고 성적은 16강(3차전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이었다. 1라운드인 128강에서 떨어진 것도 5번이나 됐다. 이름값에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기존 UMB 월드컵과는 PBA의 새로운 경기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당구대와 당구공의 차이도 그를 괴롭혔다.

초클루는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역시 같은 처지를 겪었던 ‘3쿠션 4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토종 최강자’ 조재호는 초클루에게 ‘모든 선수가 PBA에 적응하려면 적어도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조언했다.

좌절에 빠진 초클루에게 큰 힘이 된 것은 하나카드 팀리그 동료들이었다. 그들과 팀리그 경기를 함께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끈끈한 관계가 됐다. 물론 초클루도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15년 동안 팀을 경험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가족적인 문화는 아니었다.

초클루는 “하나카드 동료들은 내가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며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할 때도 항상 나를 바라보고 웃어준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심지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하나카드 동료들이 전해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초클루는 “그들이 내게 ‘월드챔피언십에 같이 가자’고 말해줬다”며 “팀과 함께 한 시간들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당구는 개인 스포츠로 잘 알려져있다. 초클루도 30년 넘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고독한 싸움을 이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느낀 동료애는 당구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초클루는 “당구가 개인종목이라고 하지만 팀스포츠로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개인전을 치를 때는 경기를 쉽게 포기할 수 았지만 팀 스포츠일때는 그럴 수 없다.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더 큰 동기부여를 느낀다”고 말했다.

초클루는 본인이 타고난 팀플레이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지난 1월 막을 내린 PBA 팀리그에서 하나카드의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26세트에 나서 17승 9패 승률 65.4%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 ‘포스트시즌 MVP’에 뽑히기도 했다.

초클루의 이번 개인투어 우승은 그 여세를 이어간 것이다. 팀원들과 함께 한 시간과 관계가 초클루라는 선수를 완전히 깨웠다고 볼 수 있다.

초클루는 “당연히 팀리그 우승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팀리그 우승하고 파이널 MVP를 수상하면서 자신감이 올라갔다”며 “그전까지 PBA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리그를 통해 완벽히 적응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더 믿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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