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규, 김구라, 유상무, 김국진 등 방송인들의 골프 유튜브 콘텐츠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물론, TV 방송사들까지 앞다퉈 골프와 경기, 토크, 버라이어티 등을 결합한 신규 예능들을 론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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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과거 젊은이들이 즐기기에 다소 비용이 많이 들어가 오랫동안 ‘귀족 스포츠’로 불린 데다, 정적이고 섬세하다는 이유로 ‘중년 남성들의 스포츠’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골린이’(골프+어린이)를 표방하며 필드를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스포츠, 취미로서 골프가 지닌 매력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방송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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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표방 ‘골프왕’→토크 결합 ‘세리머니’ 봇물
TV조선은 지난 24일 자사 첫 골프 예능인 ‘오늘은 골프왕’(이하 ‘골프왕’)을 처음 선보였다. ‘골프왕’은 필드 위에 선 다섯 남자들의 골프 부심 가득한 허세 케미와 함께 타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던 골프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골프를 몰랐던 사람들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한다. ‘슈퍼 땅콩’으로 불리던 여자 골프의 전설 김미현이 코치로 나선 가운데, ‘골프 실력자’로 유명한 김국진을 중심으로 전 축구선수 이동국과 개그맨 양세형, 배우 이상우, 트롯가수 장민호가 의기투합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연예인 골프 자선 대회’ 콘셉트로 사회공헌적 요소를 더했다. 자선 대회에서 승리한 최종 우승자의 이름으로 기부금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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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박달환씨는 “김국진같은 수준급 실력자는 물론, 이상우처럼 골프 생초보 출연진도 포함돼 있다 보니 경기가 주는 스릴감과 미숙함이 주는 친근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며 “또 골프의 기본 어드레스부터 퍼팅 자세까지 코치가 들려주는 여러 노하우들을 함께 얻어갈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SBS는 오는 7월 ‘편 먹고 072(공치리)’(이하 ‘공치리’)를 편성한다. ‘공치리’에서는 개그맨 이경규,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야구선수 출신 이승엽 세 명의 MC가 각각 편을 짜서 삼파(par)전 골프 대결을 펼친다. 제목은 ‘공을 친다’는 뜻과 동시에, 아마추어에게 꿈의 스코어로 알려진 72타를 달성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력자로 프로 골퍼 유현주가 합류해 골프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JTBC는 골프 여제 박세리를 내세워 골프와 토크를 결합한 새로운 예능을 제작한다. 오는 6월 30일 방송되는 ‘세리머니 클럽’(이하 ‘세리머니’)이다. 박세리를 필두로 김종국, 양세찬이 출연을 확정했다. ‘골프 동호회’를 콘셉트로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를 초대해 야외에서 골프 게임을 펼치며 골프, 인생에 관한 다양한 토크를 나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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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방송사들이 팔을 걷고 골프 예능 제작에 나선 것은 앞서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에서 ‘골프’가 인기 콘텐츠 소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골프’가 지닌 대중적 위상의 변화가 예능 소재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졌고 골프장비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난 데다 스크린 골프 대중화와 골프장 증가 등으로 골프를 취미 생활로 즐기는 젊은층들이 늘어난 게 방송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 중계 채널에 대한 수요도 상당히 높은데 골프 예능은 프로 경기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해주진 못하겠지만, 또 다른 흥미로운 요소들을 갖춰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하재근 평론가는 “정적인 스포츠처럼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경기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며 “자연 공간에 나와서 함께 골프를 즐기고 체험하는 모습들이 코로나19로 야외 공간 체험 기회를 많이 누리지 못한 대중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해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소재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엇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방송을 시작하면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골프라는 종목이 지닌 ‘본연의 매력’을 얼마나 살릴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하 평론가는 “골퍼들뿐 아니라 골프를 모르는 시청자들도 끌어들여야 시청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며 “경기의 긴박감과 골프에 도전하는 개인의 시행착오, 성장을 조화롭게 담아 골프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스포츠 중계는 그저 구경꾼의 입장에서 경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골프 예능은 시청자들이 출연진이 경기에 임하며 겪는 성장과정과 고뇌도 함께 지켜볼 수 있고 고수들의 꿀팁도 얻을 수 있는 만큼 일반 중계보다 더한 깊이감을 선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