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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아픔이 유독 많았던 김현수가 미디어데이부터 자책모드로 임했다면 투수조에선 장원준이 그 역할을 했다. 시즌 막판 부진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도 유독 더 부각됐다. 여러모로 마지막까지 좋게 끝난 투수로 기억이 되진 않다고 스스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장원준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걱정을 하시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또 후반기 부진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면서 “시즌 초반에 잘해도 소용없다. 팀이 더 중요할 때 잘해야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 결과로 보여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이를 악 물었다.
장원준이 여기에 덧붙인 한 마디. “사람들은 늘 마지막을 기억한다”는 말이었다.
24일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만난 장원준은 깔끔하게 이발을 하고 나타났다. 전날 미용실에 들렀다 마산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잘라낸 머리카락.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잘랐냐”는 말에 장원준은 “죄인의 마음으로 잘랐다”며 웃는다. 이날도 여전히 자책 모드였다. 지금까지 충분히 좋은 투구를 했다는 말에 또 한 번 “사람들은 마지막을 기억한다. 오늘 못던지면 또 이 장면만 기억에 남게 된다”면서 “잘 던져야한다”고 되뇌었다.
장원준은 약속을 지켰다. 24일 NC와 5차전서 6회까지 9피안타에도 4실점만 허용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장원준은 스튜어트보다 더 오래 마운드에 머물러 있었다. 4실점이라는 숫자가 아쉬울 수는 있지만 7회까지 잘 버텨주며 이현승에게 바로 바통을 넘겨줄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투는 의미가 있었다. 또한 타선이 힘을 보태주며 홀가분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장원준은 더이상 큰 경기에 약한 투수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제대로 증명해보이고 있다. 아울러 갖고있던 마음의 부담까지 확실히 털어낸듯 하다. 두산에 장원준보다 더 든든한 2선발은 없다. 이미 장원준의 가을은 충분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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