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팬덤의 중심이동, '아줌마가 세상을 바꾼다'

  • 등록 2009-05-04 오후 3:10:36

    수정 2009-05-04 오후 5:42:17

▲ 이민호 팬사인회에 몰려든 아줌마 팬들.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이민호 만나러 가자! 열성 아줌마 팬, 비행기 원정도 불사"
 
10대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아줌마 세대가 그 가운데 자리를 새롭게 꿰차고 나선 것이다.
 
팬덤문화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한 이들 아줌마 팬들은 스타를 통해 과거 자신의 향수를 발견하는가 하면 스타를 만나기 위해 해외원정도 마다치 않는 열성을 보인다. 마치 몇해 전 일본을 강타했던 한류열풍이 국내에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 상륙한 느낌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꽃보다 남자’가 있다. ‘꽃보다 남자’는 드라마 ‘겨울연가’가 배용준이라는 초대형 스타를 만들어냈듯 이민호라는 빅히트 상품을 배출했다. 아줌마들은 이민호를 보면서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고 힘든 삶에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 이는 마치 전후세대 아줌마들이 욘사마를 보면서 자신의 숨겨진 과거 추억과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순수한 사랑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 포탈 이민호 팬 카페는 회원중 아줌마를 비롯한 누나 팬들이 70%다. 학창시절 연예인을 따라 다녀 본 적이 없는 이들은 낯설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이민호를 위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마다치 않는다. 이민호 얼굴 한 번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전국 각지 팬 사인회를 찾아다니고 있으며 아이나 남편 옷을 살 때에도 이민호 패션을 염두에 둔다. 이 팬 카페에 가입해 있고 두 자녀를 둔 한 아줌마 팬은 “결혼 10년만에 새롭게 사는 느낌”이라고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아줌마 팬들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세상과 소통하며 스타에 대한 사랑을 폭넓게 실천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세상과 좀처럼 호흡할 줄 모르고 맹목적이기만 하던 그간의 일부 몰지각한 팬들과 달리 아줌마들은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자신의 스타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스타의 이름으로 봉사를 하면서 그들이 사회에서 좀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수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아줌마들의 이런 문화는 다른 팬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아이돌 그룹의 팬들도 헌혈증을 기부(소녀시대, 2PM)하고, 백혈병 재단에 돈을 기부(김현중 팬클럽)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줌마 팬들이 영향력을 갖는 또다른 이유는 경제력이다. 이들은 막강한 경제력과 사회적 기반을 앞세워 소비주체로서의 역할 또한 충실히 해낸다. 최근 제작사나 기획사 측에서 아줌마 팬들을 무시못할 존재로 여기며 특별 대우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이들 아줌마 팬들은 '마이클럽' '미시USA'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여론 또한 만들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가 주류를 이루는 아줌마 팬의 증가는 맹목적인 팬사랑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기본에 깔려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경제적 주류이기도 한 아줌마 팬들의 증가는 연예산업 활성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OBS경인TV '독특한 연예뉴스', '윤피디의 더 인터뷰'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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