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정해인 "절대악 조태오→박선우=혼란…전편 빌런 부담無"[인터뷰]①

  • 등록 2024-09-11 오후 12:21:45

    수정 2024-09-11 오후 12:21:45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정해인이 영화 ‘베테랑2’를 통해 ‘베테랑’ 시리즈 세계관에 합류한 소감과 캐스팅 당시의 심정, 전편 빌런 조태오와는 달랐던 ‘박선우’ 캐릭터에 몰입한 과정들을 털어놨다.

정해인은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의 개봉을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베테랑2‘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이끄는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연쇄 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 수사극이다. 지난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했던 ‘베테랑’의 두 번째 이야기로, 무려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에 예비 관객들의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황정민을 비롯해 장윤주, 오달수, 김시후 등 전편에 등장했던 오리지널 캐스트들이 속편에도 그대로 합류해 반가움을 자아내는 한편, 속편을 빛낼 새로운 얼굴로 정해인이 합류해 큰 주목을 받았다.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초청 이후 9일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다시 감상한 정해인은 “칸에서는 제대로 영화를 즐기지 못한 것도 있고, 언론 시사회 때는 사운드 기술이 좋은 상영관에서 즐겨서 그런지 다시 작품이 새롭게 보이더라”며 “그간 사운드 믹싱도 조금 바뀌었고 음악도 바뀌어서 영화가 풍성해진 느낌이 있었다. 이래서 좋은 극장 가서 영화를 봐야 하는구나 느꼈다. 다행인 건 감독님이 원하신 박선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잘 담긴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해인은 ‘베테랑’ 시리즈의 새 얼굴로 합류한 것은 물론, ‘베테랑2’에서 막내 경찰 ‘박선우’ 역을 통해 그간 필모그래피에서 본 적 없는 낯설고 묘한 얼굴을 완성했다.

정해인은 ‘베테랑2’의 캐스팅 제안을 접했던 당시의 심경을 묻자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님이 먼저 연락주셨다. 제가 성수동에 있을 때 전를 해주셨다. 그때 제가 카페에서 쉬고 있는데 ‘재미난 걸 같이 해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을까요?’ 물으시기에 바로 사무실로 찾아갔다. 사무실에서 감독님과 만나고나서야 ‘베테랑2’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실 당시 영화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가 아니었기에 만난 자리에서 거의 3시간 가까이 영화 이야길 계속 했다. 그 자리에서 저도 확신이 든 게 감독님이 이 작품을 얼만큼이나 고민하시고 준비하셨고 이 캐릭터에 대해서 얼만큼 애정을 쏟고 계신지가 느껴졌다. 처음으로 대본을 안 보고 출연하겠다고 한 거 같다”고 회상했다.

극장에서 봤던 ‘베테랑’ 1편의 오리지널 멤버들을 실제 만나 느낀 점도 전했다. 그는 “대본리딩 할 때부터 신기했다. 극장에서 뵀던 선배님들을 실제 만나서 바라보며 대사를 맞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그때야 좀 실감이 났다”며 “첫 촬영이 엄청 기다려지고 설ㅤㄹㅔㅆ지만, 약간은 두려웠다. 다만 감사하게도 첫 촬영 끝나고서 황정민 선배님이 ‘첫 촬영 잘 했으니까 국밥집에서 소주나 한 잔 할까’ 제안을 해주셨다. 그때 늦은 시간에 촬영이 끝나 24시간 국밥집 가서 같이 소주 마신 기억이 난다. 저는 지금도 그때 일이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떠올렸다.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전편의 빌런 ‘조태오’와 여러모로 결이 다른 캐릭터다. 서도철은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과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확고한 ‘정의’ 의식을 지닌 인물이지만, 막내경찰 ‘박선우’는 그가 어떤 사안을 보고 내린 판단과 신념이 곧 정의라 믿는 인물이다. 자신의 판단이 곧 명분이 되고, 그 명분을 빌미로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범인을 잡는 행위에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선 서도철과 닮아 보이지만,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다르기에 두 사람은 충돌한다.

정해인은 “감독님께선 박선우란 인물이 존재만으로 약간의 불쾌함을 주는 느낌이길 바라셨다, 다만 그걸 함께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한테는 적용되는 게 아니여야 했다”며 “그래서 촬영 초반에는 다른 배우들에게 티 나지 않게 나와 감독님만 아는 그런 수신호 같은 것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후 중반부부터는 배우들에게도 다 오픈이 됐다. 그래도 서도철 형사님(황정민)이 기민하셔서 그걸 빨리 캐치하시더라. 이처럼 감독님은 박선우란 사람이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으면 좋겠다고도 말씀 주신 게 기억난다”고 설명했다.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전편 ‘베테랑’의 빌런 ‘조태오’를 잇는 새 얼굴이란 부담감은 없었다고. 그는 “영화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아 느끼는 부담은 엄청났지만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라며 “전편과는 빌런의 성향과 성질, 결이 아예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분석한 조태오와 다른 박선우만의 성향도 언급했다. 정해인은 “조태오는 한마디로 절대악, 발산하는 불같은 성질의 빌런이라면 박선우는 악에 속하기는 하지만 뭐라 한 마디로 정확히 규정하기가 어려운 혼란스러운 존재”라며 “굳이 표현하자면 파란색의 차가움같은 인물이다. 실제로도 감독님께서 조명감독님과 이야기하셔서 제가 나오는 장면에 푸른 불빛을 비춰주신 상징적 장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기하는 과정의 어려움들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엔 저도 플레이어라 전사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감독님께 질문 많이 드렸던 게 이 친구, 이 캐릭터를 어떻게 빌드업하고 채워나가서 연기를 하면 좋을까였다. 감독님은 그럴 때마다 ‘그 순간에만 집중하고 현상에만 집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라며 “박선우란 인물의 많은 사연과 서사가 생길수록 오히려 좀 제가 표현함에 있어서 더 어려워질 수 있겠다란 생각을 많이 해서 다 걷어내고 연기를 했던 거 같다”고 당시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오히려 액션보단 이 캐릭터의 생각을 이해해 내 것으로 체화해나가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며 “정해인과 박선우는 아예 다른 인물이기에 제가 이 친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 동기화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찾는 게 어렵더라. 사연이 있거나 전사가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만큼 현장에서 감독님과 촬영 시간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한 테이크를 더 가는 것보다 덜 찍더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 정확히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고도 부연했다.

한편 ‘베테랑2’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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