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위의 도장 깨기’ 김유진, “순위는 숫자에 불과”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서 16년 만에 금메달
세계 5·4·1·2위 차례로 꺾고 정상 등극
"지옥 같게 훈련했기에 자신 있었다"
  • 등록 2024-08-09 오후 3:06:51

    수정 2024-08-09 오후 3:06:51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에게 승리한 김유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랭킹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세계 랭킹 24위에도 불구하고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상대보다 자신에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결과로 한국 태권도는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정재은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대회 장지원, 2008년 임수정이 차례로 해당 체급을 제패했으나 이후 소식이 끊겼었다.

전날 남자 58kg급의 박태준(경희대)에 이어 이틀 연속 금메달을 품은 한국 태권도는 2020 도쿄올림픽 노골드의 수모를 씻어냈다. 또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기록한 최다 금메달(4개)을 정조준한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한국의 김유진이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리올림픽 직전 세계태권도연맹(WT)이 정리한 겨루기 랭킹에서 김유진은 2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 16명 중 12번째였다. 그럼에도 김유진은 시상대 가장 윗자리에 섰다.

김유진은 16강에서 세계 5위이자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하티제 일귄(튀르키예)과 마주했다. 김유진은 2-0(7-5, 7-2)으로 승리하며 도장 깨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8강에서 만난 세계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도 2-0(7-6, 9-5)으로 돌려세우며 돌풍의 세기를 키웠다.

기세세등등했던 김유진에게도 준결승에서 만난 뤄쭝스(중국)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세계 1위이자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목에 걸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하며 그랜드슬램까지 올림픽 금메달만 남겨둔 최강자였다.

김유진은 상대 커리어에 주눅 들지 않았다. 라운드를 한 번씩 주고받은 뒤 3라운드에서 10-3으로 승리하며 라운드 점수 2-1(7-0, 1-7, 10-3)로 웃었다. 세계 1위를 잡아낸 김유진은 세계 2위 키야니찬데까지 꺾으며 금메달을 더 빛나게 만들었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에게 승리한 김유진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김유진은 “순위가 높다고 막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기에 신경을 안 썼다”라며 “나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돌풍의 비결을 밝혔다.

이처럼 김유진이 자신감을 보인 데는 피나는 훈련의 성과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훈련을 강도 높게 하는 편이라며 “하루에 세 번, 두 시간 이상씩 죽어라 했다”라면서 “한 번에 발차기 만 번은 한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짜 운동을 관두고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한탕 한탕 나갈 때마다 정말 지옥 길을 가는 것처럼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유진은 훈련 과정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거라면서 “너무나도 힘들게 준비했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이 있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세계 1위 뤄쭝스와의 준결승을 떠올리며 “그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꼭 이겨야겠다 하면서 더 악착같이 발차기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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