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LA 비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후보자들과 온라인으로 연결해 생중계로 펼쳐졌다. ‘미나리’가 호명되는 순간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출연진과 스태프를 언급한 뒤 “지금 보고 있을 친척들과 부모님, 누나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아내와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인 딸에게 고맙다”라며 특별히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남부의 아칸소라는 시골 마을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민자인 부모를 뒀으며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미국 아칸소의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극중 제이콥(스티븐 연 분)과 모니카(한예리 분)의 막내 아들 데이빗에 감독의 어린 시절이 투영됐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그들의 고유한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라며 “그 언어는 미국의 언어나 다른 어떤 외국어보다도 더 깊은 마음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저도 그 언어를 배워서 물려주려 노력한다”며 “그 사랑의 언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특히 올해는”이라며 사랑과 포용의 의미를 되새겼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미나리’가 다른 부문의 후보에 꼽히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2년 연속 한국어로 된 영화들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 의미가 있다”며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가족의 이야기가 그런 편견을 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고, 우리 영화계에도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기생충’의 행보를 뒤따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월 이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그해 2월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영화와 동시에 할리우드의 새 역사를 썼다.
윤 평론가는 “아카데미는 지난해 변화의 의지를 보여줬고, 올해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며 “‘미나리’가 이미 북미 지역의 많은 상을 쓸어담았고 비평가들의 반응도 좋은 만큼 후보작 선정부터 좋은 결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15일 최종 후보를 발표하며 내달 25일 본 시상식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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