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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에서 구단이 매각·인수된 사례는 1982년 출범 이래 이번이 역대 7번째다. 특히 아직 기반이 탄탄하지 못했던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구단 매각·인수가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 6번의 구단 매각·인수 가운데 3번은 이른바 ‘삼청태현’으로 이어지는 인천 연고팀에서 이뤄졌다.
프로야구 원년에 출범한 삼미슈퍼스타즈는 1982년 창단해서 1985년 시즌 도중 청보로 매각되기까지 3년간 지속했다. 당시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늦게 창단했던 삼미슈퍼스타즈는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프로 원년 최하위에 그쳤다.
두 번째 시즌인 1983년 ‘너구리’ 장명부의 30승 활약에 힘입어 리그 2위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냈지만 세 번째 시즌에는 다시 바닥으로 추락해 역사상 전무후무한 1할대 승률에 머물렀다.
성적부진과 모기업 재정난이 겹친 삼미슈퍼스타즈는 1985년 18연패라는 불멸의 최다연패 기록을 세우자 운영을 포기하고 청보식품에 구단을 매각했다. 당시 매각대금은 70억원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60억원인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다.
청보식품의 모기업은 섬유업체인 풍한방직이었다. 풍한방직은 라면 등 식품업계 진출을 위해 청보식품을 세웠다. 청보식품이 인수한 삼미슈퍼스타즈는 청보핀토스로 새 출발 했다. 초대 감독은 당시 만 34살에 불과했던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이었다. 허구연 감독은 현재까지도 프로야구 최연소 감독 기록을 가지고 있다.
청보핀토스는 불과 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87년 풍한그룹이 도산한 뒤 12월 1일 오뚜기가 청보식품을 인수했다. 청보핀토스 야구단은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이 50억원에 인수했다. 1988년부터는 태평양 돌핀스로 이름을 바꿔 프로야구에 참가했다.
태평양돌핀스는 1995년까지 구단이 운영된 뒤 그해 8월 말 새 주인을 맞이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야구단 창단에 관심이 많았던 현대그룹은 9월 21일 매각 대금 470억원을 주고 태평양돌핀스를 인수했다. 이는 당시 프로 야구 사상 최고 가격이었다.
현대유니콘스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강팀으로 군림했다. 프로야구에서 경쟁했던 12시즌 가운데 6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가운데 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4번 모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휩쓴 통합우승이었다.
하지만 현대유니콘스는 2000년부터 시작된 모기업의 재정난과 현대그룹의 재편으로 말미암아 위기를 맞이했다. 힘겹게 팀을 이어오던 현대유니콘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2008년 3월 10일 공식 해체됐다.
‘삼청태현’ 이외에 주인이 바뀐 팀은 구단은 MBC청룡과 쌍방울 레이더스, 해태타이거즈가 있다.
서울 연고로 프로야구 원년부터 활약한 MBC청룡은 모기업이 방송국(문화방송)이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방송국이 야구단을 운영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1990년 MBC청룡은 럭키금성(현 LG) 그룹에 매각돼 LG트윈스로 새롭게 바뀌었다. 당시 럭키금성은 4년 동안 인수대금 100억원을 분할 상환하고 광고협찬 형식으로 30억원을 따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구단을 인수했다.
지난 1991년 제8구단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던 쌍방울레이더스는 IMF로 모기업에 심각한 운영난을 겪게 된다. 쌍방울레이더스는 1999년 해체되고 2000년 SK가 새 구단을 창단했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해체 후 재창단’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쌍방울레이더스를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SK는 선수단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70억원을 쌍방울에 줬다. 또한 인천을 연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인천 연고권을 가졌던 현대유니콘스에 54억원을 지불했다. KBO에 내는 가입금 46억원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구단 인수 비용은 250억원에 이르렀다.
2001년에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팀이었던 해태타이거즈의 주인이 바뀌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9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8번 우승을 차지했던 해태타이거즈도 모기업인 해태제과의 상황 악화로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결국 그해 8월 1일 해태제과가 기아자동차에 팀을 매각하면서 해태타거즈는 20년 만에 간판을 내렸다. 아시아자동차 시절부터 광주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운영해온 기아자동차는 해태타이거즈를 인수하기 위해 180억원을 지급했다. KBO 가입금 30억원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인수대금은 210억원에 이르렀다. 구단을 인수한 기아는 ‘타이거즈’라는 명문팀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새 팀 이름을 ‘KIA타이거즈’로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