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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선발’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 했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인 탈삼진 8개를 잡았다. 평균자책점은 3.00을 유지했다.
류현진은 1-2로 뒤진 7회말 구원투수 윌머 폰트와 교체됐다. 토론토는 1-3으로 패해 6연패 늪에 빠졌고 류현진은 시즌 두 번째 패전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투구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류현진은 올해 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달성했다. 4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하다 5회말 안타 5개를 맞고 2실점한 것이 옥에 티였다. 하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이날 토론토 타선은 올 시즌 한 경기 최소 안타인 2안타에 그쳤다. 유일한 득점은 5회초 8번타자 1루수 트래비스 쇼의 우월 솔로홈런이었다. 캐나다 지역신문인 ‘토론토 선’은 “토론토의 장난감 딱총(pop-gun) 타선이 류현진의 선발 투구를 헛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토론토 투수들의 성적을 보면 류현진의 존재감이 더 빛난다. 토론토 투수진은 최근 5연패를 당한 5경기에서 무려 58점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11.6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없는 토론토 마운드는 선발, 구원 가리지 않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류현진이 더 돋보인 것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동료가 선취점을 내줬는데 곧바로 내가 실점하는 바람에 가장 안 좋은 상황이 됐다”며 “선취점이 났을 때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막았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자책했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에이스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토론토 구단은 공식 SNS에 한글로 “오늘의 스타는 류현진 선수였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김광현의 투혼도 빛났다. 김광현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6피안타(2홈런) 4탈삼진 1볼넷 4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돼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시즌 성적은 2승 1세이브를 유지했지만 평균자책점은 0.63에서 1.59로 올랐다.
김광현의 이번 시즌은 눈물겨울 정도다. 꿈을 이루기 위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지만 우여곡절이 이어지고 있다.
김광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족을 한국에 둔 채 홀로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마이크 쉴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이날 피츠버그전에 앞서 “나는 지금 2주 동안 가족들을 못 봐도 이렇게 힘든데 김광현은 어떻게 버티는지 상상이 안된다”며 “그럼에도 그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말 인상적인 정신력이다”고 감탄했다.
설상가상으로 외로운데 아프기까지 했다. 김광현은 최근 신장으로 향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신장 경색’ 진단을 받고 병원 신세를 졌다. 이 때문에 보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광현은 지금도 ‘혈액희석제’ 등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출혈이나 상처가 생길 경우 민감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이날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막기 위해 보호장비가 들어간 특수모자를 쓰고 공을 던졌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발투수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날 4실점에도 여전히 평균자책점은 1점대다. 시즌 전 그에 대한 물음표는 이제 진한 느낌표로 바뀐 지 오래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