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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관계자에 따르면 강정호는 지난주 문서를 통해 임의탈퇴 해제에 대한 공식 요청을 했다. KBO리그로 복귀하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강정호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이던 2015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했다.
강정호는 당시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라 임의탈퇴 신분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따라서 국내 보류권은 원 소속팀인 키움이 가지고 있다. 키움이 임의탈퇴 해제를 KBO에 신청해야만 강정호는 KBO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
다만 강정호와 키움 측은 아직 KBO 복귀와 관련해 어떤 교감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 측은 “직접적으로 논의한 것은 없아”며 “강정호가 구단에 입단 의사를 밝혀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키움이 임의탈퇴 해제를 신청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강정호가 KBO리그에서 뛰는 것은 쉽지 않다. 음주 뺑소니 사고 전력 때문이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때알려지지 않았던 음주운전 적발이 두 차례나 더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대인사고가 아님에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정호도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두 차례 음주운전은 2018년 ‘삼진아웃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삼진아웃제’를 소급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만약 실격 징계 기간을 3년이 아닌 1년 정도로 줄일 수 있다면 강정호로선 복귀 희망을 가져볼만 하다.
하지만 여론은 강정호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KBO 및 구단은 최근 소속 선수의 음주운전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
KBO는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SK 강승호, LG 윤형준(개명전 윤대영)에게 각각 90경기,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올해 2월 음주운전에 적발된 삼성 투수 최충연도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곧바로 소속 구단의 더 큰 징계가 뒤따랐다. 강승호, 윤대영은 임의탈퇴 조치됐고 최충연은 추가 100경기 출장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받았다. 윤형준은 지난 2월 임의탈퇴가 해제되면서 비로소 50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시작됐다. 최충연은 징계가 해제되지 않는한 올시즌 출전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강정호의 복귀가 가능성이 희박하다. KBO나 원소속팀 키움이 부정적인 여론을 떠안고서라도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 하지만 점점 더 거세지난 음주운전 비난 여론을 감안하면 그런 부담을 짊어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야구인들은 강정호에 대해 ‘악마의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말한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아시아 출신 내야수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버린 주인공이다.
데뷔 첫 시즌이던 2015년 정강이 골절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타율 2할8푼7리 15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이어 부상에서 복귀한 2016년에는 타율 2할5푼5리 21홈런 62타점으로 부상 전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강정호는 음주운전 사고로 미국 취업비자를 받지 못하고 2017년을 통째로 날렸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2018년 시즌 막바지 빅리그에 복귀, 3경기를 소화한 뒤 피츠버그와 2019시즌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해 65경기에서 타율 1할6푼9리 10홈런 24타점에 그친 뒤 시즌 중 방출됐다.
강정호는 이후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미국에 머물면서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그를 불러주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