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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맞아 극장가에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관객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에서 만든 마블스튜디오 슈퍼히어로 영화에 밀려 국내 토종 창작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를 잃었다. 애니메이션 최고 성수기인데 정작 우리 애니메이션은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개봉하는 토종 애니메이션은 ‘안녕 자두야’ 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이 같은 흐름은 매년 이어진다. 지난해 ‘다이노 타임’가 개봉했으나 누적관객 23만 명으로 성적이 신통찮았고 이전에도 찾기 어렵다. 간혹 일본이나 제3세계 애니메이션이 눈에 띄는 정도다.
◇슈퍼히어로 천국 된 어린이날
빈자리는 슈퍼히어로가 채웠다. 2012년 ‘어벤져스’, 2013년 ‘아이언맨3’, 작년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어린이날 극장가를 휩쓸었다. 올해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가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위 작품들은 많게는 1000만, 적어도 수백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TV 방영시리즈의 극장판 제작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2년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전국 92만 명의 관객이 봤다. 2015년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도 45만 명이 드는 등 반응이 좋았다. ‘뽀로로’가 성공한 후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즐길 작품군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원규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국장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극장용보다는 TV방송용에 초점이 맞춰졌건 것이 사실”이라며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제작비에 비해 예상되는 수익이 크지 않아 투자가 꺼려지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방송 애니메이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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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극장가를 바라보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이 착잡하다. 애니메이션 최고 성수기가 남의 잔치가 된 지 오래다. ‘마당을 나온 암탉’ ‘파닥파닥’ 이후 순수 창작 토종애니메이션은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2014년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애니메이션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됐으나 한국 영화계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애니 왕국’ 미국과 꾸준히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내놓는 일본,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중국 등 주변국들과는 대조적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2018년 개봉을 목표로 순수 창작 3D 애니메이션 ‘동물원 꼬마의 모험’(감독 최현명)을 제작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 검토를 완료하고 캐릭터 설정을 마친 상태다. 그는 “한국 영화계는 실사 영화에 비해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기형상태다”며 “영화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작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며 “중국 등 외국 자본과 공동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에 앞서 공공기관의 투자와 지원, 그리고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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