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업가 백종원을 전면에 내세운 각종 푸드 예능 프로그램들이 ‘월수목금’ 안방은 물론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까지 장악하며 포화상태를 맞았다. 올해 초 종영한 MBC ‘백파더’부터 오랜 간판 예능 ‘골목식당’(수요일)과 ‘맛남의 광장’(목요일)을 방영 중인 SBS는 물론, 최근 JTBC와 KBS까지 각각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 푸드 편’(금요일)과 ‘백종원 클라쓰’(월요일)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평일 저녁 채널만 돌리면 백종원이 등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 4월 공개한 티빙 오리지널 ‘백종원의 사계’, 올 하반기 넷플릭스로 공개될 ‘백스피릿’까지 합하면 시청자들은 올 한 해 거의 일주일 내내 ‘백종원 콘텐츠’를 만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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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외식업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의 대표, ‘배우 소유진의 남편’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백종원은 지난 2015년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 출연을 계기로 방송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는 기업 대표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다른 푸근한 인상과 수더분한 사투리, 주변 사람을 챙기는 인간적 면모로 금세 시청자들의 호감을 끈 뒤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3대 천왕’ 등 자신의 이름을 건 시리즈 예능들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특히 그간 여성 혹은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요리’에 대한 변화된 인식은, 백종원이 일군 가장 큰 업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느 세대에나 친근한 식재료에 과정의 ‘간편함’을 접목한 실용적 레시피들로 ‘요리의 대중화’와 함께 ‘푸드예능의 황금기’를 선도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건재했던 ‘백종원 신화’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5~6%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은 최근 절반 수준인 3%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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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에 대해 “관련 콘텐츠가 워낙 양적으로 팽창해서 뭘 해도 비슷하거나 기시감이 드는 내용 전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종원이 전문 방송인이 아닌 요리사업가인 만큼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역할과 변주에 한계가 있고, 각 방송사가 백종원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와 메시지도 대개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마저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아도 내용을 충분히 예견할 정도가 되니 아무리 소재, 포맷, 출연진에 변화를 줘도 백종원이 나오는 것만으로 콘텐츠가 다 똑같아 보이고 식상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백종원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방송사의 속사정도 있다. 지상파 A방송사 예능 PD는 “전문성과 함께 예능에 적합한 순발력과 입담을 겸비한 출연진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재계에 걸친 방대한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한 게스트 섭외력, 공익성 추구 등 프로그램의 현실적 운영 과정에 필요한 요소를 전부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백종원 대표가 유일하다”고 토로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금처럼 유튜브 등 SNS가 발달하기 전에는 쉽고 간편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백종원 콘텐츠가 확실히 새롭고 획기적이었지만 지금은 워낙 다양한 좋은 취지를 지닌 콘텐츠가 많다”며 “이젠 백종원의 존재 외에 왜 굳이 이 프로그램을 챙겨 봐야 할 지에 대한 답,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