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뱅톱랭킹은 2017년 웰컴저축은행이 프로야구를 통해 선보인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단순히 득점, 공격성공률 같은 단편적인 기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의 승패에 관여한 선수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웰뱅톱랭킹은 한국배구연맹(KOVO)과 함께 공격, 서브, 블로킹, 세트, 리시브, 디그 등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플레이를 점수화 했다. 야구의 대체선수 승리기여도(WAR)처럼 배구에서도 선수가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쳤느냐를 정량화된 수치로 한눈에 알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선 웰뱅톱랭킹의 도입으로 V리그가 한 계단 더 발전했다는 찬사와 호평이 이어졌다.
웰뱅톱랭킹 포인트 최종 결과를 통해 2020~21시즌 여자프로배구를 되돌아본다.
외국인선수 강세 속에 빛났던 ‘배구여제’ 김연경
KGC인삼공사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선수 전력에도 불구, 40%대 승률(13승 17패)을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3위 경쟁을 벌였다. 이는 팀 공격의 50% 이상(50.61%) 책임진 디우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톱랭킹포인트 1~6위 가운데 국내 선수는 단 1명, 바로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3,188.6점으로 전체 4위를 차지했다. 외국인선수인 5위 켈시 페인(한국도로공사·3,099.8점), 6위 헬렌 루소(현대건설·3,040.0점) 보다 순위가 높다. 톱랭킹포인트를 통해 김연경이 외국인선수급 활약을 펼쳤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연경이 절대적으로 공격을 많이 한 것은 아니다. 김연경의 공격 횟수 1,239회는 다른 팀 외국인선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심지어 톱랭킹포인트 10위 박정아(한국도로공사·1,258회)보다도 적은 회수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508개의 디그를 시도했고 이 중 436개를 정확히 받아 올렸다. 공격수 가운데 단연 1위였다. 팀의 주공격수이면서도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 세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김연경은 위급할 때 세터 역할까지 해냈다. 공격수 가운데 세트시도(192회)와 성공(41회) 모두 으뜸이었다. ‘배구여제’라는 타이틀이 단지 공격만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님을 코트 위에서 몸소 보여줬다.
이소영·고예림, 톱랭킹포인트에서 드러나는 존재감
이소영의 존재감은 김연경과 마찬가지로 수비와 리시브에서 더욱 빛난다. 이소영은 이번 시즌 672개의 리시브를 시도했고 이 가운데 301개를 정확히 받아 올렸다. 리시브 시도 횟수는 8위지만 정확히 받아 올린 횟수는 5위로 올라간다. 리베로가 아닌 공격수 가운데는 문정원(한국도로공사·422회), 고예림(현대건설·376회)에 이어 세 번째다.
고예림의 뚜렷한 성장도 톱랭킹포인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미모로 더 주목받았던 고예림은 이번 시즌을 통해 팀에 없어선 안될 선수임을 입증했다. 각 팀 주전 리베로를 제치고 이번 시즌 리시브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934회)가 바로 고예림이었다. 이 가운데 376개를 정확히 받아 올렸다.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한다.
또한 고예림은 이번 시즌 디그를 503개나 시도했고 이 가운데 419개를 성공시켰다. 공격수 가운데 디그 횟수와 성공 모두 김연경에 이어 2위다. 공격 부문은 횟수와 성공 모두 10위권 밖이지만 리시브와 디그에서 많은 점수를 쌓아 톰랭킹포인트 9위(2,339.6점)를 차지했다.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한국도로공사·2,318.8점·10위)보다 높은 순위다.
공격수에게 입맛에 맞는 공을 올려줘야 하는 세터는 세트를 시도하면 +0.2점, 세트가 성공하면 +0.4점을 받는다. 세터 가운데 가장 높은 톱랭킹포인트 선수는 이고은(한국도로공사)으로 2,158.0점을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11위다. 사이드 공격수 외 나머지 포지션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순위다.
여러 팀을 오가며 주전과 백업을 왔다 갔다 했던 이고은은 이번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붙박이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세트 시도(3,357회)와 세트 성공(1,234회) 단연 1위다. 심지어 세터이면서 수비도 잘했다. 544개 디그를 시도했고 이 중 438개를 성공시켰다. 디그 시도와 성공 모두 전체 5위다. 세터 뿐만 아니라 수비수로서도 이고은의 팀내 가치는 독보적이었다.
이고은에 이어 16위 조송화(IBK기업은행·1,863.8점), 17위 안혜진(GS칼텍스·1841.2점), 19위 김다인(현대건설·1,666.6점)이 세터로서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센터 가운데 톱랭킹 포인트 1위는 양효진(현대건설)으로 2,042.8점을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14위다. 양효진은 센터 가운데 가장 많은 441득점을 올렸다. 블로킹 성공도 67개로 전체 4위에 자리했다. 양효진의 팀 후배이자 올시즌 멀티포지션(센터, 레프트, 라이트)을 소화한 정지윤이 1,824.4점(전체 18위)으로 뒤를 이었다. 배유나(한국도로공사·1,405.8점·24위), 한송이(KGC인삼공사·1,263.2점·27위)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리베로 가운데는 임명옥(한국도로공사)이 1,474.6점으로 가장 높은 롭랭킹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23위였다. KGC인삼공사 오지영(1,257.8점·전체 28위), IBK기업은행 신연경(1,194.6점·전체 32위)도 톱랭킹 포인트에서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