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뱅톱랭킹]웰뱅톱랭킹으로 돌아본 2020~21여자 프로배구

  • 등록 2021-04-02 오전 11:06:01

    수정 2021-04-02 오후 1:27:1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했던 프로배구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가 GS칼텍스의 통합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컴백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이번 시즌은 배구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바로 웰뱅톱랭킹이 배구 종목에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웰뱅톱랭킹은 2017년 웰컴저축은행이 프로야구를 통해 선보인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단순히 득점, 공격성공률 같은 단편적인 기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의 승패에 관여한 선수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웰뱅톱랭킹은 한국배구연맹(KOVO)과 함께 공격, 서브, 블로킹, 세트, 리시브, 디그 등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플레이를 점수화 했다. 야구의 대체선수 승리기여도(WAR)처럼 배구에서도 선수가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쳤느냐를 정량화된 수치로 한눈에 알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선 웰뱅톱랭킹의 도입으로 V리그가 한 계단 더 발전했다는 찬사와 호평이 이어졌다.

웰뱅톱랭킹 포인트 최종 결과를 통해 2020~21시즌 여자프로배구를 되돌아본다.

외국인선수 강세 속에 빛났던 ‘배구여제’ 김연경

2020~21시즌 톱랭킹포인트 1위는 KGC인삼공사의 발렌티나 디우프다. 디우프는 3,895.0점을 받아 2위인 안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3,381.4점)를 500점 이상 앞섰다. 202cm 장신공격수인 디우프는 공격 시도(2,154회)와 공격 성공(884회) 모두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범실은 120개로 라자레바(166개), 메레타 러츠(GS칼텍스·136개)보다 적었다.

KGC인삼공사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선수 전력에도 불구, 40%대 승률(13승 17패)을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3위 경쟁을 벌였다. 이는 팀 공격의 50% 이상(50.61%) 책임진 디우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톱랭킹포인트 1~6위 가운데 국내 선수는 단 1명, 바로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3,188.6점으로 전체 4위를 차지했다. 외국인선수인 5위 켈시 페인(한국도로공사·3,099.8점), 6위 헬렌 루소(현대건설·3,040.0점) 보다 순위가 높다. 톱랭킹포인트를 통해 김연경이 외국인선수급 활약을 펼쳤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연경이 절대적으로 공격을 많이 한 것은 아니다. 김연경의 공격 횟수 1,239회는 다른 팀 외국인선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심지어 톱랭킹포인트 10위 박정아(한국도로공사·1,258회)보다도 적은 회수다.

김연경이 톱랭킹포인트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다름아닌 수비에 있다. 톱랭킹포인트는 리시브를 시도하면 +0.4점, 정확히 받아 올리면 +0.6점이 추가된다. 반면 리시브를 실패하면 -0.6점이 깎인다. 디그의 경우 시도 시 +0.4점을 받고, 성공하면 +0,6이 더해진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508개의 디그를 시도했고 이 중 436개를 정확히 받아 올렸다. 공격수 가운데 단연 1위였다. 팀의 주공격수이면서도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 세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김연경은 위급할 때 세터 역할까지 해냈다. 공격수 가운데 세트시도(192회)와 성공(41회) 모두 으뜸이었다. ‘배구여제’라는 타이틀이 단지 공격만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님을 코트 위에서 몸소 보여줬다.

이소영·고예림, 톱랭킹포인트에서 드러나는 존재감

톱랭킹포인트 상위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소영선배’ 이소영(GS칼텍스)이다. 이소영은 공격 자체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공격 시도(929회)와 성공(388회) 모두 9위다. 하지만 톱랭킹 포인트로 환산하면 2,597.2점을 기록, 7위로 올라간다. 국내 선수 가운데는 김연경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공격 외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이소영의 존재감은 김연경과 마찬가지로 수비와 리시브에서 더욱 빛난다. 이소영은 이번 시즌 672개의 리시브를 시도했고 이 가운데 301개를 정확히 받아 올렸다. 리시브 시도 횟수는 8위지만 정확히 받아 올린 횟수는 5위로 올라간다. 리베로가 아닌 공격수 가운데는 문정원(한국도로공사·422회), 고예림(현대건설·376회)에 이어 세 번째다.

고예림의 뚜렷한 성장도 톱랭킹포인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미모로 더 주목받았던 고예림은 이번 시즌을 통해 팀에 없어선 안될 선수임을 입증했다. 각 팀 주전 리베로를 제치고 이번 시즌 리시브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934회)가 바로 고예림이었다. 이 가운데 376개를 정확히 받아 올렸다.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한다.

또한 고예림은 이번 시즌 디그를 503개나 시도했고 이 가운데 419개를 성공시켰다. 공격수 가운데 디그 횟수와 성공 모두 김연경에 이어 2위다. 공격 부문은 횟수와 성공 모두 10위권 밖이지만 리시브와 디그에서 많은 점수를 쌓아 톰랭킹포인트 9위(2,339.6점)를 차지했다.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한국도로공사·2,318.8점·10위)보다 높은 순위다.

톱랭킹포인트로 드러난 센터, 세터, 리베로 톱플레이어는?

배구는 포지션에 따라 역할이 명확히 나눠진다. 톱랭킹포인트는 공격 횟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사이드 주 공격수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반면 공격 시도가 많지 않은 센터나 아예 공격을 하지 않는 세터 및 리베로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그렇다고 이들의 팀 공헌도가 결코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들 포지션 선수들 따로 분류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 합당하다.

공격수에게 입맛에 맞는 공을 올려줘야 하는 세터는 세트를 시도하면 +0.2점, 세트가 성공하면 +0.4점을 받는다. 세터 가운데 가장 높은 톱랭킹포인트 선수는 이고은(한국도로공사)으로 2,158.0점을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11위다. 사이드 공격수 외 나머지 포지션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순위다.

여러 팀을 오가며 주전과 백업을 왔다 갔다 했던 이고은은 이번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붙박이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세트 시도(3,357회)와 세트 성공(1,234회) 단연 1위다. 심지어 세터이면서 수비도 잘했다. 544개 디그를 시도했고 이 중 438개를 성공시켰다. 디그 시도와 성공 모두 전체 5위다. 세터 뿐만 아니라 수비수로서도 이고은의 팀내 가치는 독보적이었다.

이고은에 이어 16위 조송화(IBK기업은행·1,863.8점), 17위 안혜진(GS칼텍스·1841.2점), 19위 김다인(현대건설·1,666.6점)이 세터로서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센터 가운데 톱랭킹 포인트 1위는 양효진(현대건설)으로 2,042.8점을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14위다. 양효진은 센터 가운데 가장 많은 441득점을 올렸다. 블로킹 성공도 67개로 전체 4위에 자리했다. 양효진의 팀 후배이자 올시즌 멀티포지션(센터, 레프트, 라이트)을 소화한 정지윤이 1,824.4점(전체 18위)으로 뒤를 이었다. 배유나(한국도로공사·1,405.8점·24위), 한송이(KGC인삼공사·1,263.2점·27위)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리베로 가운데는 임명옥(한국도로공사)이 1,474.6점으로 가장 높은 롭랭킹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23위였다. KGC인삼공사 오지영(1,257.8점·전체 28위), IBK기업은행 신연경(1,194.6점·전체 32위)도 톱랭킹 포인트에서 두드러졌다.

한편 ‘웰뱅톱랭킹’은 야구, 배구, 당구의 종목별 공식기록을 바탕으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신개념 선수 평가 시스템이며, 20-21시즌 KOVO 여자배구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웰뱅톱랭킹’은 시즌을 마친 배구에 이어 2021시즌 KBO 프로야구를 통해 계속해서 스포츠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배구보다 앞서 도입된 ‘웰뱅톱랭킹’ 야구포인트는 지난해보다 더 정교해진 시스템과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타자 부문, 투수 부문 랭킹 차트는 물론이고, 선수 개개인의 점수 현황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스포츠전문채널 3사(KBS N SPORTS, SBS SPORTS, MBC SPORTS+)로 범위를 확대해 2021시즌 KBO 중계를 통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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