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가 왜 골프 황제인지 직접 보여준 완벽한 18홀

PGA 챔피언십 최종일 버디 8개 잡고 보기 2개 64타
18번홀 그림 같은 버디로 9년 만에 메이저 준우승
  • 등록 2018-08-13 오전 10:25:26

    수정 2018-08-13 오전 10:26:59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의 벨러리브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 18번홀에서 그림 같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특유의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빨간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기대하는 건 우승이다. 이런 모습을 79번이나 봐왔기에 팬들도 익숙하다.

1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벨러리브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빨간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우즈가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으로 걸어왔다. 3타 차 3위. 우즈가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우즈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약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그린 주변을 둘러 싼 수천 명의 갤러리를 환호케 만들었다. 이 버디 퍼트로 브룩스 켑카(16언더파 264타)에 이어 단독 2위(14언더파 266타)에 오른 우즈는 2009년 이후 9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이날 경기는 우승과 상관없이 우즈가 진정한 골프 황제로 불려야 하는 이유를 직접 보여줬다. 우즈는 이날 버디 8개를 잡고 보기 2개를 적어내 6언더파 64타를 쳤다.

4타 차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면서 우승 경쟁에 불을 지폈다. 2번과 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챙겼다. 6번홀(파3)에서 아쉬운 보기가 나왔지만, 다시 8번과 9번홀 버디로 추격에 고삐를 당겼다.

11번홀(파4)은 이날 경기 중 가장 아쉬웠다. 약 8.5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1타라도 더 추격해야 하는 우즈로서는 매우 아쉬운 순간이었다.

12번홀(파4)부터는 팬들을 완전 몰입의 세계로 이끌었다. 14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 1.2m에 붙었다. 가볍게 버디로 전 홀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13번홀은 더 대단했다. 180야드, 파3 홀에서 티샷을 3m 지점에 세웠다. 실수 없이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1타 차까지 추격했다.

14번홀(파4)에서 뼈아픈 보기가 나왔다. 410야드로 비교적 짧은 홀이었기에 연속 버디를 기대했다. 우즈는 이날 티샷 정확성이 떨어졌다. 전반 7개 홀에서는 한 번도 공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지 못했을 정도로 불안했다. 후반 들어서도 4개 홀 동안 단 2개만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렸을 정도였다. 우즈는 아이언을 잡았다. 공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는 데 집중한 선택이다. 그러나 티샷은 오른쪽으로 휘어져 날아가더니 깊은 러프에 멈췄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70야드. 우즈였기에 또 한 번 기적 같은 샷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2온에 실패했다. 결국 3타째 만에 그린에 올라온 우즈는 약 4.5m 거리의 파 퍼트가 홀을 살짝 벗어나면서 1타를 잃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우즈는 달랐다. 이어진 15번홀(파4)에서 또 한 번 팬들을 자신의 경기에 빠져들게 했다. 16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 30cm 앞에 멈추면서 완벽한 버디를 잡아냈다. 전 홀에서 보기로 한 타를 잃었던 실수를 완벽하게 만회하는 ‘바운스백’ 능력으로 잠시 실망한 팬들에게 다시 희망을 줬다.

선두와의 타수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켑카는 16번홀까지 4타를 줄이면서 계속해서 2~3타를 앞서 나갔다. 경기 중반 잠시 애덤 스콧(호주)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우즈에게 남은 기회는 많지 않았다. 17번홀(파5)은 버디가 꼭 필요한 홀이었다. 우즈는 드라이버를 잡았다. 이 홀을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그린까지 약간 우측으로 휘어져 있다. 우즈는 페이드 샷(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구질)을 잘 치기에 버디 이상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회심의 티샷은 생각보다 크게 휘어지며 날아갔다. 우즈는 드라이버를 허공에 휘두르며 화를 참지 못했다. 공이 페어웨이 우측에 있는 작은 실개천에 빠지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즈는 레이업 후 3타 째로 그린을 노렸다. 그러나 공은 다시 벙커로 들어갔고, 타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희박해지면서 우즈의 자력 우승도 멀어졌다. 이쯤 되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었지만, 우즈는 또 다시 놀라운 능력으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벙커에서 4타 째 친 공을 홀 2.5m 지점에 붙였고, 파를 지켜냈다.

마지막 18번홀에 올라선 우즈를 향해 팬들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뜨거웠던 여름날씨 만큼 엄청난 땀을 쏟아낸 우즈는 그제야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력 우승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우즈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팬들과 함께 경기를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우즈는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림 같은 버디를 성공시키며 팬들이 바라는 진정한 골프 황제의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한 18홀을 마무리했다.

경기를 마친 우즈는 “최선을 다했다”며 “잘 안 된 부분도 있었지만, 최대한 많은 버디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날을 돌아봤다. 이어 “1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7월 디오픈에 이어 2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 경쟁을 펼친 모습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우즈의 다음 메이저 대회 출전은 내년 4월 열리는 마스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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