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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벨러리브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빨간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우즈가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으로 걸어왔다. 3타 차 3위. 우즈가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우즈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약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그린 주변을 둘러 싼 수천 명의 갤러리를 환호케 만들었다. 이 버디 퍼트로 브룩스 켑카(16언더파 264타)에 이어 단독 2위(14언더파 266타)에 오른 우즈는 2009년 이후 9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이날 경기는 우승과 상관없이 우즈가 진정한 골프 황제로 불려야 하는 이유를 직접 보여줬다. 우즈는 이날 버디 8개를 잡고 보기 2개를 적어내 6언더파 64타를 쳤다.
4타 차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면서 우승 경쟁에 불을 지폈다. 2번과 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챙겼다. 6번홀(파3)에서 아쉬운 보기가 나왔지만, 다시 8번과 9번홀 버디로 추격에 고삐를 당겼다.
11번홀(파4)은 이날 경기 중 가장 아쉬웠다. 약 8.5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1타라도 더 추격해야 하는 우즈로서는 매우 아쉬운 순간이었다.
12번홀(파4)부터는 팬들을 완전 몰입의 세계로 이끌었다. 14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 1.2m에 붙었다. 가볍게 버디로 전 홀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13번홀은 더 대단했다. 180야드, 파3 홀에서 티샷을 3m 지점에 세웠다. 실수 없이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1타 차까지 추격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우즈는 달랐다. 이어진 15번홀(파4)에서 또 한 번 팬들을 자신의 경기에 빠져들게 했다. 16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 30cm 앞에 멈추면서 완벽한 버디를 잡아냈다. 전 홀에서 보기로 한 타를 잃었던 실수를 완벽하게 만회하는 ‘바운스백’ 능력으로 잠시 실망한 팬들에게 다시 희망을 줬다.
선두와의 타수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켑카는 16번홀까지 4타를 줄이면서 계속해서 2~3타를 앞서 나갔다. 경기 중반 잠시 애덤 스콧(호주)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우즈에게 남은 기회는 많지 않았다. 17번홀(파5)은 버디가 꼭 필요한 홀이었다. 우즈는 드라이버를 잡았다. 이 홀을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그린까지 약간 우측으로 휘어져 있다. 우즈는 페이드 샷(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구질)을 잘 치기에 버디 이상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18번홀에 올라선 우즈를 향해 팬들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뜨거웠던 여름날씨 만큼 엄청난 땀을 쏟아낸 우즈는 그제야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력 우승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우즈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팬들과 함께 경기를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우즈는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림 같은 버디를 성공시키며 팬들이 바라는 진정한 골프 황제의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한 18홀을 마무리했다.
경기를 마친 우즈는 “최선을 다했다”며 “잘 안 된 부분도 있었지만, 최대한 많은 버디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날을 돌아봤다. 이어 “1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7월 디오픈에 이어 2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 경쟁을 펼친 모습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우즈의 다음 메이저 대회 출전은 내년 4월 열리는 마스터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