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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두산 감독이 고영민의 ‘깜짝 포지션’ 변동에 대해 이유를 밝혔다. 선수 본인과 팀 모두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김 감독은 20일 우천으로 취소된 잠실 한화 경기에 앞서 전날(19일) 경기서 고영민을 중견수로 파격 기용한 것에 대해 “영민이도 살고 팀도 살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이날 경기서 이종욱을 대신해 6회부터 중견수로 나섰다. 프로 데뷔 이후 중견수 출전은 처음있는 일.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인 그가 외야에 서 있는 건 본인에게도, 보는 팬들에게도 어색한 일이었다. 고영민은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를 빼고 외야에 나간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외야수 출전도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의 변신.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두산 내야진이 워낙 탄탄한데다 고영민이 최근 몇 년간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리다 보니 자연스레 내야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고영민이 외야로 가면 선수 본인이 부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두산 역시 멀티플레어가 한 명 더 늘어나 선수 기용을 더 탄력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김 감독은 “그냥 ‘2익수’에서 더 깊게 수비한다고 봐주면 좋겠다. 대주자로만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부상이 오래 있다 보니 선수 본인도 우리도 살길을 찾아야겠다 싶었다. 영민이가 허리가 아프니까 내야보다는 외야에서 더 편하게 수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현수도 발목이 조금 좋지 않다. 허경민 케이스처럼 한 포지션만 고정으로 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지금보다 더 출장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의 능력을 1군에서 더 보여줄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올해는 고영민 스스로 포지션 겸업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의미를 뒀다. 김 감독은 “예전에도 고영민의 멀티 포지션에 대해선 이야기가 오간 부분도 있었다. 일단 본인이 올해는 더 강하게 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다. 한 타석 한 타석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부상도 있었고 올해는 스스로 그 부분을 수용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첫 경기였을 뿐이지만 중견수 고영민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이날 중견수 고영민에겐 타구가 2번이나 왔다. 첫 타구는 8회 김경언으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수비 시프트를 뚫고 더 멀리 날아가는 바람에 잡아내진 못했다. 고영민은 두 번째였던 9회 한승택의 타구는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데뷔 처음으로 내야 흙이 아닌 외야 잔디를 밟아본 고영민의 느낌은 어땠을지도 궁금했다. 그는 “즐거웠다”고 답했다.
중견수로의 겸업은 어쩌면 ‘국가대표 2루수’ 고영민에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부분. 그러나 고영민의 표정은 한결 더 밝아 보였다. 그는 “외야도 어렵긴 어렵더라. 하지만 3~4게임 정도 더 적응을 하면 중견수라는 보직도 괜찮을 것 같다. 허리 부분에 대한 부담은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중견수로 변신한 고영민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 감독은 “빨리 적응시켜야 할 것 같다. 영민이의 마음이 가 있을 때 상황이 되면 외야수로도 계속 출전시킬 생각이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어제는 (김)현수 글러브를 갖고 나갔는데 이제 외야 글러브도 하나 사야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