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박재홍 "300-300 기록? 최정에게 기대"(일문일답)

  • 등록 2013-01-25 오후 2:32:27

    수정 2013-01-25 오후 3:01:02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재홍이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300(홈런)-300(도루), 최정에게 기대한다.”

‘리틀쿠바’ 박재홍이 17년간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다. 박재홍은 25일 오후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현역 생활을 정리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긴 한숨을 먼저 내쉰 박재홍은 “배트를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고 잘할 자신은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만 두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내 명예를 고려했을 때 최선의 방법은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법으로 야구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프로야구 선수로 30-30을 세 번 달성하고 팀 우승을 5번 이끌면서 팬들에게 감동을 드렸다고 생각한다. 비록 1년이지만 선수협 회장으로 봉사하는 기회를 맞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하나로 결집시켰고 10구단 창단을 이뤄낸것이 뿌듯하다. 비록 나는 10구단 수혜를 받지는 못하지만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앞으로 해설자로 야구 인생 2막을 연다. 그는 “하지 못한 도루 33개는 앞으로 할 순 없겠지만 방송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도록 하겠다. 팬 여러분, 야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새로운 인생과 도전에 많은 격려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박재홍은 지난 11월 SK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본인은 선수생활 연장 의지가 워낙 강했지만 지나간 세월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 결국 팀을 찾지 못한 박재홍은 은퇴를 선언했다.

박재홍의 17년 통산 타율은 2할8푼4리, 1732안타 300홈런 267도루. 비록 ‘300홈런과 300도루를 모두 달성한 유일한 선수’라는 마지막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폭발력 있는 야구는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재홍과 일문일답.

-야구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팀이 없어서인것도 있고 현역 연장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많이 꺾인 부분도 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것도 느꼈다. 1월까지 열심히 운동도 열심히 했었지만 다른 구단에서 오던 연락도 없어졌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MBC SPORTS에서 해설을 하게 될 것 같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 등을 진실적으로 말하는 해설을 하고 싶다. 질책은 해주시되 악플은 조금 참아달라.(웃음) 관심을 많이 갖고 지켜봐달라.

-선수협 회장인데 앞으로 일정은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나가 있기 때문에 총회를 해서 새로운 회장이 나타나면 그때 이사회 결정에 따르도록 하겠다. 일단 인수인계도 해줘야하고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정관대로 이행하겠다.

-선수협 회장이라는 것 때문에 선수 은퇴까지 하게 된 건지

▲그런 부분도 있었다. 주된 이유는 아니다. 이제는 야구를 그만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했다.

-은퇴 결정까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SK 구단에서 코치 연수도 제안했고 많이 챙겨줬지만 뿌리치고 나온 건 300-300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서 조금 전에 울컥했다.

-현역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96년도 잠실에서 첫 30-30을 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도자로서의 계획은 없나

▲생각은 있다. 해설도 하나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배운다는 자세로 공부해서 다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선수협 회장 맡은 거 후회해 본 적은 없나

▲없다. 아쉬움은 있다.

-선수협 회장으로 더 해결하고 싶었던 일은

▲선수들의 복지 부분에 대해 개선했다고 생각하지만 더 개선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구단 관계자분들을 들으면 싫어하겠지만 선수 권리 부분에 대해 더 신경써야하지 않았나 싶다. 아쉽다.

-SK와 은퇴 경기, 은퇴식에 대해 협의한 부분은

▲민경삼 SK 단장이 은퇴식은 성대하게 치뤄주신다고 하더라.

-92학번 동기들이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났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감회는

▲친구들도 다 떠나고 (조)성민이는 정말 멀리 떠났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마지막에 남아있는 (송)지만이가 있어서 더 기대된다. 지만이는 잘 할 것 같다.

-국가대표로 기록을 많이 남겼는데. WBC에 참가하는 후배들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야구가 2000년대 들어 기량 등 여러 면에서 놀라운 성과가 있었다. 우리나라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있는 야구라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도와줬으면 싶다.

-박재홍의 뒤를 이을 호타준족은 누구? 300-300 기록을 세울만한 후배는 누구라 생각하나.

▲SK 최정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신 데드볼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은퇴 여부 고민할 때, 주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물러나도 나쁘지 않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차기 선수협 회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줬으면 한다.

-은퇴 순간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김재박 감독 기억이 난다. 민경삼 단장 등이 고맙다. 많은 도움을 줬다.

-지금까지 들었던 오해들 중 특히 해명하고 싶은게 있나

▲‘돈 때문에 고향을 배신했다’, ‘이기적이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돈 때문에 배신한 건 아니다. 선수가 구단을 택할 수 없는 구조 아닌다. 가장 안타까운 오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타석을 꼽자면

▲언제인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오승환이 등판했는데 주자 만루에 김성근 감독님이 대타로 기용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볼넷으로 나갔다. 나가고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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