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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노래 실력보다 장애를 앞세워 올라간 거 아니냐'등의 댓글로 많이 속상했어요. 3일 동안 폐인처럼요."
가수 이효리를 감동의 노래로 울린 시각장애인 김국환(25) 씨 마음에는 보이지 않은 멍이 들었다. 케이블 채널 '슈퍼스타K'에서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악플'로 생채기를 입은 것. 전국 8개 지역에서 총 72만명이 참여해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최종 예선 3차 진출자 40명 안에 들었지만 일부 네티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무대 앞에서 호소하는 듯한 멘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에서 무대에 오를 때 언젠가 지팡이를 가지고 올라 가지 않았다고 해서 '지팡이는 설정이 아니냐'는 독한 말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세상이 좋아져 저 같은 시각장애인도 컴퓨터 음성 프로그램으로 글을 읽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팡이를 간혹 안들고 무대에 올라갔다고 해서 '정말 안보이는 것 맞냐'는 말을 들으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또 이효리 씨가 운 방송분에서 멘트를 한 이유는 '우리 팀이 이렇게 힘들게 힘들게 연습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어서 였는데..."
김 씨는 '슈퍼스타K'에서 강진아, 반강옥, 김준현, 정슬기와 함께 '여인천하'라는 팀으로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를 애절한 하모니로 소화해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다. '저 때문에 댄스곡을 할 수 없었고 또 저와 함께 해 준 멤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김 씨의 진심어린 말과 다섯 참가자가 뿜어낸 웅숭깊은 하모니는 심사위원인 이효리와 양현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효리는 방송 중 " 노래로 감동을 받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심장이 없어'란 곡이 이렇게 좋은 곡이라는 걸 오늘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멤버들의 저를 챙겨주는 모든 것이 마음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노래 부르기 전에 꼭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악보를 볼 수 없으니 멤버들이 손뼉을 치며 가사와 박자를 알려줬거든요."
하지만 장애인 부모님은 이런 김 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려 염려했다. 집안의 어려운 경제적 형편 탓도 있지만 김 씨가 오히려 세상 밖의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해서다.
"사실 부모님은 '슈퍼스타K'출전에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보이는 사람도 가기 힘든 길이라면서요. 제가 가수의 길을 간다면 절 밀어줄 수가 없으니 다른 길로 갔으면 하셨어요. 노래하는 것 자체를 많이 반대하셨죠. 어머니는 태어날 때 부터 50년 넘게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셨으니 장애인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니 그런 말을 하신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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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씨는 어려운 '도전'을 강행했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듣기 좋은 멜로디에 장애인을 도와주는 방법 등을 가사에 녹여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직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김 씨는 '슈퍼스타K' 출연으로 다시 한번 배운 것이 있다. 노래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김 씨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역경을 딛고 좋은 노래를 들려준 김 씨에게 '한국의 폴포츠',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는 영광스러운 닉네임으로 그를 환호했다.
인터뷰 말미 여자 친구는 없냐고 묻자 "찾아봐야죠"라고 쑥스럽게 말을 건 넨 김 씨. '슈파스타K'에 참여하며 "자고 일어나면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게 기뻤다"는 그의 열정이 이번 대회를 넘어 향후 어떤 결과물로 감동의 신화를 쓰게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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