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울린 시각장애인, "악플로 마음 고생 심해"(인터뷰①)

  • 등록 2009-08-27 오후 12:40:19

    수정 2009-08-27 오후 3:38:09

▲ 케이블 채널 엠넷 '슈퍼스타K'에서 노래로 가수 이효리를 울린 시각장애인 김국환 씨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노래 실력보다 장애를 앞세워 올라간 거 아니냐'등의 댓글로 많이 속상했어요. 3일 동안 폐인처럼요."

가수 이효리를 감동의 노래로 울린 시각장애인 김국환(25) 씨 마음에는 보이지 않은 멍이 들었다. 케이블 채널 '슈퍼스타K'에서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악플'로 생채기를 입은 것. 전국 8개 지역에서 총 72만명이 참여해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최종 예선 3차 진출자 40명 안에 들었지만 일부 네티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무대 앞에서 호소하는 듯한 멘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에서 무대에 오를 때 언젠가 지팡이를 가지고 올라 가지 않았다고 해서 '지팡이는 설정이 아니냐'는 독한 말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세상이 좋아져 저 같은 시각장애인도 컴퓨터 음성 프로그램으로 글을 읽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팡이를 간혹 안들고 무대에 올라갔다고 해서 '정말 안보이는 것 맞냐'는 말을 들으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또 이효리 씨가 운 방송분에서 멘트를 한 이유는 '우리 팀이 이렇게 힘들게 힘들게 연습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어서 였는데..."

김 씨는 '슈퍼스타K'에서 강진아, 반강옥, 김준현, 정슬기와 함께 '여인천하'라는 팀으로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를 애절한 하모니로 소화해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다. '저 때문에 댄스곡을 할 수 없었고 또 저와 함께 해 준 멤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김 씨의 진심어린 말과 다섯 참가자가 뿜어낸 웅숭깊은 하모니는 심사위원인 이효리와 양현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효리는 방송 중 " 노래로 감동을 받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심장이 없어'란 곡이 이렇게 좋은 곡이라는 걸 오늘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멤버들의 저를 챙겨주는 모든 것이 마음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노래 부르기 전에 꼭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악보를 볼 수 없으니 멤버들이 손뼉을 치며 가사와 박자를 알려줬거든요."

김 씨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 장애를 겪어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도 모두 몸이 불편하다. 아버지는 지체장애자고 어머니와 형도 시각 장애를 앓고 있다. 어렸을 때는 비가 오면 빗물이 새는 집에서 사는 등 가정 형편은 곤궁했다. 하지만 김 씨의 얼굴에는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낙천적이었다. 그는 안마일을 하면서도 실루암 복지관 공연팀에서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19세 때는 장애인 가요제에 나가 조성모의 '다짐'으로 금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 부모님은 이런 김 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려 염려했다. 집안의 어려운 경제적 형편 탓도 있지만 김 씨가 오히려 세상 밖의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해서다.

"사실 부모님은 '슈퍼스타K'출전에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보이는 사람도 가기 힘든 길이라면서요. 제가 가수의 길을 간다면 절 밀어줄 수가 없으니 다른 길로 갔으면 하셨어요. 노래하는 것 자체를 많이 반대하셨죠. 어머니는 태어날 때 부터 50년 넘게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셨으니 장애인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니 그런 말을 하신거겠죠."
▲ 가수 이효리와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김국환 씨 팀인 '여인천하'의 하모니에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김 씨는 어려운 '도전'을 강행했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듣기 좋은 멜로디에 장애인을 도와주는 방법 등을 가사에 녹여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직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김 씨는 '슈퍼스타K' 출연으로 다시 한번 배운 것이 있다. 노래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김 씨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역경을 딛고 좋은 노래를 들려준 김 씨에게 '한국의 폴포츠',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는 영광스러운 닉네임으로 그를 환호했다.

"장애인이란 꼬리표 달고 열심히 했다는 것 그리고 4차 예선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제 자신에게 칭찬할 일인 것 같아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전 2차 예선에서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이만큼 걸어왔으니 다른 분들은 더 앞을 보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저를 폴 포츠나 스티비 원더와 비교해주시는 분이 있는데 물론 영광스럽지만 과분한 찬사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장애를 딛고 음악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 없어 외국분들과 비교하시는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시각 장애인 분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인터뷰 말미 여자 친구는 없냐고 묻자 "찾아봐야죠"라고 쑥스럽게 말을 건 넨 김 씨. '슈파스타K'에 참여하며 "자고 일어나면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게 기뻤다"는 그의 열정이 이번 대회를 넘어 향후 어떤 결과물로 감동의 신화를 쓰게될 지 지켜볼 일이다.

▲ 케이블 채널 엠넷 '슈퍼스타K'에서 노래로 가수 이효리를 울린 시각장애인 김국환 씨



▶ 관련기사 ◀
☞'슈퍼스타K' 김국환씨, "이효리 눈물? '여인천하'가 울린 것"(인터뷰②)
☞이효리, 시각장애인 열창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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