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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신임 총재 선임 조건으로 '무보수 총재'를 내걸었다.
월1,000만원 정도의 판공비(업무 추진비)를 받게되기 때문에 '무보수'는 현실성 보다는 상징성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결정이다. 그러나 '무보수 총재'의 개념은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을 무겁게 대변해주고 있다.
얼마 전 AP 통신은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가 약 240억원(1,75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미식축구,농구,아이스하키) 커미셔너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고 금액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한파 탓에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MLB 커미셔너의 소식은 어쩐지 가슴 한켠을 허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MLB 내부에선 별다른 불만이 나오지 않고 있다. 버드 셀릭의 탁월한 경영 수완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10년간 호황을 이어갔다. 경제 한파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인 65억달러(약 8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관중수도 2007시즌 대비 1% 감소에 그쳤다. 2007시즌은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해였다.
중계권 수입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으로 분배되는 등 MLB의 성장은 각 구단의 수익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엔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있다. 그의 탁월한 경영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발전이었다는 것이 현지의 공통된 평가다. 그에 준하는 합당한 대우를 해준 셈이다.
다시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와보자. KBO 이사회는 '무보수'를 신임 총재의 제1조건으로 내걸었다. "총재를 명예직으로 여기는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내걸렸다.
나름의 이유는 분명하다. KBO 총재를 권력과 이권을 노리는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로울 방법 중 하나로 나온 결론으로 보인다.
구단은 적자 투성이고 제대로된 야구 인프라는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흑자는 먼 이야기다.
우리 프로야구는 언제쯤 프로야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번영시킨 능력있는 총재에게 후한 몸값을 당당하게 지불할 수 있게될까. MLB처럼 천문학적인 연봉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고작 외풍을 막기 위해 허울 좋은 '무보수'를 내걸어야 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주소가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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