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상반기 결산③]창고영화 大방출...뒤늦게 받아본 성적표는?

  • 등록 2008-06-26 오후 1:29:30

    수정 2008-06-26 오후 1:31:14

▲ 영화 '바보'와 '방울 토마토'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2008년 상반기 영화계의 특징 중에 하나로는 제작이 일찍이 완료됐지만 개봉일을 잡지 못해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영화들의 뒤늦은 개봉을 들 수 있다.

소위 '창고영화'라 불렸던 이들 작품들은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제고시켰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1년에서 길게는 2년 정도 묵힌 만큼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 속에 '관객 외면'이라는 설움도 맛봐야했다.

◇ 97만명 VS 8천명

상반기 개봉된 창고영화 중에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올린 작품은 차태현 하지원이 주연으로 나섰던 강풀 원작의 영화 '바보'다. 지난 2월28일 개봉한 '바보'는 97만3410명(이하 영진위 집계)의 관객을 모아 창고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창고영화 중에서는 흥행에 비교적 성공한 편이지만 인터넷 연재 당시 1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던 원작만화의 화제성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흥행성적이 가장 저조했던 작품은 신구와 아역배우 김향기가 주연으로 나선 '방울토마토'로 조사됐다. '방울토마토'는 할아버지와 소녀의 따뜻한 교류를 그린 착한 영화였다. 하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지난 5월29일 개봉한 '방울토마토'는 전국에서 8천334명의 관객을 모으는 처참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창고영화'들은 5만에서 20만 내외의 관객을 모아 상반기 한국영화 박스오피스의 날개 없는 추락을 주도했다.

◇10억원

촬영을 마쳤음에도 영화가 제때 개봉되지 못하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P&A(Print & Advertisement) 비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창고영화'로 몰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들이 꼽는 한국 상업영화의 기본적인 P&A 비용은 대략 10억원 정도. 창고영화로 분류되었던 작품 중에는 제작비는 고사하고 10억원 남짓의 P&A 비용이 없어 '희생'된 작품이 적지 않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P&A 비용은 영화가 흥행이 되지 않으면 한마디로 공중으로 사라져버리는 비용이다"며 "차라리 P&A 비용을 쓰지 않는 것이 영화의 적자폭을 줄이는 가장 큰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3년

상반기 '창고영화' 개봉의 물꼬를 튼 작품은 '바보'다. 이후 '허밍', '도레미파솔라시도', '서울이 보이냐', '날라리 종부뎐, '방울토마토', '그녀는 예뻤다', '아버지와 마리와 나', '무림 여대생' 등이 극장에 개봉되는 행운(?)을 안았다.

그러나 아직도 '창고에 있는' 작품이 있다. 조한선 유민가 주연한 '특별시 사람들'이나 박희순이 주연한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박희순 신이 등이 출연한 '일편단심 양다리' 등의 작품이 그렇다. 세 작품은 2006년 제작을 마쳐놓고도 2년째 창고 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 모두 문소리 김태우 주연의 '사과' 앞에서는 아직 인고의 시간을 말하기 부끄럽다.

'사과'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각종 해외영화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만 3년동안 극장에 간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고 '태왕사신기'로 안방극장의 정상까지 차지했던 문소리는 3년째 미개봉 상태인 영화 '사과'에 대해 "산고가 크고 팔다리가 없는 아이라도 낳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사과'의 개봉은 올 하반기에도 여전히 미정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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