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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장외룡 감독은 지난 해 가졌던 영국 연수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홈 구장 아랍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구입했다는 수첩에는 그가 직접 찾은 경기장 티켓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페이지마다 그가 분석한 내용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장 감독은 영국에 있으면서 작성한 수첩 두 권을 보여주면서 ‘보물’이라고 했다.
▲영국 연수의 가장 큰 적은 언어였다
하지만 영국 연수에 대해선 뜻밖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언어 탓이라고 했다.
“연수? 1년은 짧다. 10개월 반 정도 있었는데 순식간이다. 연수를 제대로 하려면 일단 언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통역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구단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밀착하는지,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육성하는지 등 주제도 다양했다. 하지만 스스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으면 대충 아는 수준으로 끝나는 것 같다. 더 정확하게 하려면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대포도 한잔하면서. 제대로 하려면 5년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 감독은 영국에 있는 동안 현지에서 만난 한국 취재진을 통해 영어 공부 삼매경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의 ‘공부론’이 나왔다.
“영어? 열심히 하긴 했는데 안되더라. 국어 공부를 제대로 못했으니까. 자기 나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남의 나라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어순도 틀리고. 최소한 중학교 수업까지는 일반 학생들과 같이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적응도 할 수 있다. 프로에 가거나 대표 선수가 되는 선수들은 한정되어 있다. 프로에도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하느냐.”
▲영국 유소년, 훈련 매일 안한다
그리고 장 감독은 일관된 클럽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카데미에서도 프로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준다. 어느 구단은 교사를 고용해서 컴퓨터 등 별도 수업을 시켜주고 지도자 자질을 보이면 코칭 스쿨에 위탁 교육을 보내기도 한다. 프로에 진입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사회적으로 보살펴 주는 분위기다.“
장 감독은 한국의 경우 잉글랜드보다는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 구단들이 잉글랜드처럼 할 수 있을까. 학원 스포츠와 클럽시스템을 병행하는 일본의 모델은 어떤가. 학원에서 수업을 다 시키면서도 운동을 하고, 방과 후 활동식으로 축구팀을 운영해도 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가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훈련만 한다고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지도자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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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과 감각 중시하는 웽거 감독
장 감독은 영국에 1년 가까이 있었다고 크게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웽거, 조제 무리뉴 등 국내 팬들도 잘 아는 프리미어리그 명장들에 대해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직접 이야기를 못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등 '빅포 클럽‘과 토트넘의 경기를 많이 봤다. 지도자들의 선수 및 벤치 관리, 코칭스태프 관리, 매스컴과의 관계 설정, 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자세등을 연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대화도 못해 봤고, 그저 겉에서만 본 것이다. 짧은 기간 국내 지도자와의 큰 차이점을 찾기도 힘들었다. 많은 시간을 두고 직접 대화를 했더라면 이런 저런 차이가 있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겠지만.
다만 아스널의 웽거 감독과는 30분 정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던 분이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 팬들이 즐거워하는 소위 ‘아트사커’를 구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자 웽거 감독은 유망주를 발탁할 때 지능적인 면을 가장 먼저 본다고 했다. 체력적인 부분 등은 나중에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센스와 감각을 중요시했다. 스피드의 중요성이야 현대 축구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고.
다만 선수 관리는 비슷하게 한다고 느꼈다. 단 팬들에 대한 배려 등은 몸에 배어 있더라. 본인들이 의식적으로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선수 교체를 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예의를 갖춰주고, 기자 회견장에서도 취재진을 배려해주는 모습 등이 인상 깊었다.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 비교 무의미
장 감독은 K리그를 잉글랜드 프로리그와 비교하려는 시도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했다.
“120년 역사와 20년 역사가 비교가 되는가. 다만 프리미어리그와 차이가 있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호날두나 루니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선수들은 20대 초반이 많다. 그 정도 나이에 최고의 레벨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밑에서부터 그들이 받았던 교육을 주목해야 한다. 그것, 그 과정을 전해줘야 한다.
그들은 유소년부터 확실하게 다져서 탄탄한 기본 베이스를 갖춰 나간다. 가끔 루니나 호날두가 나이트가서 말썽부리고 했다는 기사가 나오곤 하지만 그 다음날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한다. 기본 베이스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구단도 선수들이 그런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계약을 하면서부터 유도하고 지도한다.
한국 선수들도 어려서부터 그들과 같은 시스템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프로로서 생활을 했으면 그럴 수 있다. 그 정도 소질은 있다. 팬들도 K리그를 우리 수준에 맞춰 볼 필요가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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